저축銀 외면에 금융안정기금 ‘유명무실’

경영진단을 통과한 저축은행에게 제공하겠다는 당근책인 금융안정기금이 저축은행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공적자금인 금융안정기금을 받으면 고객들이 불안해하고 경영 간섭도 심해진다는 이유에서다.

28일 금감원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금융안정기금 신청에 참가한 저축은행은 아직까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금융공사에서 제공하는 금융안정기금은 BIS 비율 5~10%인 정상 저축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공적자금으로 신청 마감은 다음달 20일이다.

금융당국은 강력한 경영 진단을 통해 부실 저축은행을 골라내고 경영진단을 통과한 저축은행은 금융안정기금 지원 등을 통해 우량화를 지원하는 투트랙 방식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혀왔다. 금융당국은 4000억원 정도의 금융안정기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이 금융안정기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내세운 취지가 퇴색된 상황이다.

저축은행들이 금융안정기금 신청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들의 불안감이다. 공적자금 신청이 저축은행의 경영 위기를 자백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는 금융안정기금 신청 저축은행의 명단을 밝히지 않겠다고 하지만 어차피 차후 경영 공시 등을 통해 공적자금 수혈 사실이 알려질 수 밖에 없다.

경영 간섭이 심해지는 점도 부담이다. 일단 공적자금을 받게 되면 대주주 배당과 임직원 급여 제한, 경영 감시인 파견, 경영인 교체, 사업부문 및 인력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실행해야 한다. 금감원과 예보의 압박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정책금융공사라는 시어머니가 또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적기시정조치 대상도 아닌 BIS 비율 5% 이상의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적자금을 받을 이유가 없다. 상환우선주든 후순위채권이든 몇 년뒤에 다 갚아야 할 빚이기 때문이다.

적기시정조치 기준이 총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은 2014년부터 BIS 비율 7%, 중소형 저축은행은 2016년부터 7%로 상향되지만 당장 자본 확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 대상 저축은행 중 회생가능성이 있는 곳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며 “별 문제 없는 곳에 돈을 지원한다는 정책 방향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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