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스타플레이어 곁에는 명코치가 있다

입력 2011-08-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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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감동을 주는 것은 비단 선수뿐만이 아니다. 정상에 오른 선수들 곁에는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다.

대회 사흘째인 29일 여자 100m와 남자 110m 허들에서 나란히 정상에 오른 카멜리타 지터(32)와 제이슨 리처드슨(25)은 모두 존 스미스(61)라는 걸출한 코치에게 빚을 졌다.

1970년대 400m 선수로 활약했던 존 스미스는 국제무대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는 은퇴후 지도자로서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스미스는 ‘허드슨-스미스 인터내셔널’ 팀을 이끌면서 모리스 그린(미국)과 아토 볼든(트리니다드토바고) 등 훗날 ‘육상의 전설’이 될 선수들을 길러냈다.

올림픽에서 2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모리스 그린은 1999년 남자 100m 세계 기록을 최초로 9초70대로 끌어내린 선수다.

아토 볼든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틀어 8개의 메달을 쓸어담아 1990년대를 풍미했다.

존 스미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해 실의에 빠진 카멜리타 지터를 만나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줬다.

스미스의 지도로 주법을 완전히 수정한 지터는 2009년 10초64의 기록을 작성해 재키 조이너 커시(미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빠른 여자 선수가 됐다.

결국 2년 뒤 달구벌에서 여자 단거리의 새 여왕으로 올라섰다.

남자 110m 허들에서 우승자가 된 리처드슨의 스승도 스미스다.

리처드슨은 “스미스는 정말 놀라운 사람이다. 그와 이야기하면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고쳐 나가며 발전할 수 있었다”며 공을 온전히 스승에게 돌렸다.

지터와 리처드슨은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의 실격으로 리처드슨이 금메달리스트가 되자 스미스 코치를 함께 껴안고 기쁨을 나누는 훈훈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단거리에서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자메이카에는 글렌 밀스(62) 코치가 있다.

밀스는 2004년부터 우사인 볼트(25)를 가르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3관왕,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을 이끄는 등 볼트를 ‘단거리 황제’로 조련했다.

이번 대회 남자 100m에서 볼트가 부정 출발로 실격한 사이 금메달을 차지한 요한 블레이크(22)도 밀스 아래서 훈련받은 선수다.

단거리 최강을 자부하는 자메이카 대표팀에는 밀스 코치가 이끄는 ‘레이서스 트랙 클럽’ 선수가 11명이나 포함돼 있다.

‘장거리 왕국’ 케냐의 숨은 힘으로는 코치는 세인트패트릭 고등학교의 콤 오코넬(61)이 꼽힌다.

오코넬은 1988년 서울 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인 피터 로노를 시작으로 800m 세계기록을 작성했던 윌슨 킵케터, 바르셀로나 올림픽 3,000m 우승자인 매튜 비리르 등 숱한 스타플레이어를 길러냈다.

이번 대회 남자 800m 우승을 노리는 다비드 레쿠타 루디샤(23)도 오코넬을 찾아와 가르침을 청한 바 있다.

여자 원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리옌펑(32·중국)의 뒤에는 카를하인츠 슈타인메츠(독일) 코치가 있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원반던지기 4연패를 달성하는 등 5개의 금메달을 따낸 라르스 리델(독일)이 슈타인메츠의 제자다.

슈타인메츠는 독일 통일 후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리델을 설득해 자유로운 훈련 문화에 잘 적응하도록 이끌었고, 이번엔 중국으로 눈을 돌려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리옌펑은 금메달이 확정된 뒤 “슈타인메츠는 세계 최고의 코치”라며 경의를 표했다.

30일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여왕의 자리에 도전하는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의 예브게니 트로피모프 코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5살 때부터 이신바예바를 가르쳐 여자 선수 사상 최초로 5m 벽을 깨는 등 세계 최고의 선수로 길러낸 트로피모프는 2005년 제자를 떠나보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부진에 허덕이며 내림세를 타던 이신바예바가 다시 도움을 청하자 아무 말 없이 옛 제자를 다시 받아들였다.

이신바예바가 달구벌에서 다시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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