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앙은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 결승전에서 13초27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내는 데 그쳤다.
류시앙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허들 110m에서 우승하면서 아시아 선수 사상 처음으로 단거리 종목에서 세계를 제패한 주인공이 됐다.
2006년에는 세계신기록인 12초88을 수립했고,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는 등 세계기록을 세우고 올림픽·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세계 남자 허들 역사상에서 3관왕을 이룬 선수는 류시앙뿐이다.
언제나 가장 먼저 10개의 허들을 넘어 거침없이 경쟁자들을 따돌렸던 류시앙은 하필이면 가장 극적인 순간 앞에 놓인 또 하나의 장애물을 넘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예선 레이스 시작 직전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아파 기권하고 만 것이다.
류시앙은 미국에서 발목 수술을 받은 이후로도 한동안 13초대 중·후반대 기록에 그쳐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3초09를 찍고 우승한 류시앙은 이후 조금씩 기록을 줄여 정상 탈환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스타트부터 첫 허들까지 7보에 주파하는 방식으로 주법을 바꾸는 등 정상 탈환을 위한 모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쿠바의 다이론 로블레스(25)와 미국의 데이비드 올리버(29) 등 경쟁자들이 이미 자신을 추월해 나가는 터라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자신의 앞에 마지막으로 가로놓인 허들을 넘지 못해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확히 일곱 걸음 만에 첫 허들을 넘은 류시앙은 마지막까지 로블레스와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열 번째 허들을 넘는 순간 뒷다리가 살짝 걸렸고, 그 탓에 균형이 흔들리면서 순식간에 3위까지 처진 채 결승선을 통과해야 했다.
경기를 마친 류시앙은 로블레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웃었지만, 어느새 부쩍 나이가 들어보인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