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고용창출 위한 '사회적 기업' 설립 및 운영 확대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 ‘사회적 기업’ 바람이 불고 있다.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 기업들은 사회적 기업 설립 및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 고용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주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사회 서비스를 지원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일반 기업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데 의의를 둔다. 즉, 빵을 팔기 위해 인력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형식이다.
그동안 사회적 기업은 정부 주도로 설립, 지원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이윤보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다보니 사기업들이 주도하기엔 다소 애로사항이 많았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점차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최근 대기업들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 지원이 늘고 있다.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한 주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지난 10일 열린 간담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의식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책무”라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시대적 상황을 인식한 때문이다. 특히 반 총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SK식의 사회적 기업 활동을 모델케이스로 평가했다.
◇ SK식 ‘사회적 기업’ 활동 뜬다= SK그룹은 반 총장이 언급한 것처럼 국내 대기업들 가운데 가장 사회적 기업 활동이 활발하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최근엔 그룹의 MRO사업을 담당하던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해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중소기업들과의 동반성장 논란을 빚던 MRO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MRO사업을 통해 이윤을 챙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SK그룹은 이를 위해 연말까지 MRO코리아의 합작 파트너였던 미국 그레인져 인터내셔널의 지분 49%를 인수하고,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이외에도 최근 사회적 기업 설립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엔 국내 대기업 최초로 법무부와 손잡고 출소자 고용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이달부터 커피전문점, 세탁공장 등을 열어 매년 30여명의 출소자를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투자 및 운영비로 12억원을 전액 출연하기로 했고, 법무부는 사업장과 마케팅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달 21일엔 계열사인 SK텔레콤이 IT전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 ‘재단법인 행복 ICT’를 서울 구로동 디지털단지에 설립했다. IT기반 공공서비스 개발과 사회적 기업 IT 경쟁력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이 주요 사업 영역이다.
또 하루 뒤인 지난달 22일엔 SK이노베이션이 경기도, 시흥시, SK임업과 손잡고 사회적 기업 ‘행복한농원’ 재단을 설립했다. 행복한농원은 초화류, 관목류 재배 및 판매, 조경관리를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를 통해 20여명의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SK그룹은 앞서 지난해 1월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사업단을 구성해 올해까지 500억원을 조성, 사회적 기업 지원에 앞장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SK그룹은 69개에 이르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 포스코, 삼성도 움직임 ‘활발’= 해비치재단 등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자랑하는 현대자동차그룹도 사회적 기업 설립 및 후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과 10월, 각각 ‘이지무브’와 ‘H&S두리반’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이지무브는 기술개발은 물론 해외 수출에 역점을 두는 장애인 보조 및 재활기구 전문기업이고, H&S두리반은 현대차기술연구소가 지원하는 쌀과자 생산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두리반 베이커리’ 운영을 통해 일자리를 더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사)안심생활’을 2006년 설립 때부터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안심생활은 교통약자에게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오는 2012년까지 800여명의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또 2007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 ‘사회적 기업 연구자’ 장학금, 경원대학교 ‘사회적 기업과’ 장학금으로 각각 3억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 창업보육센터에 4억원을 후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오는 2012년까지 사회적 기업을 통해 1000개의 일자리 창출과 연 20억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 육성기금’을 조성한다.
포스코도 사회적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포스위드’, ‘송도에스이’, ‘포스에코하우징’, ‘포스플레이트’ 등 사회적 기업 4개를 설립, 운영 중이다.
포스워드는 2008년 설립, 장애인 직원들이 포스코 공장 직원들의 근무복 세탁 등을 담당한다. 장애인은 전체 직원의 55%를 차지한다. 포스에코하우징은 50여명을 고용, 스틸하우스, 철골조 등의 집을 짓는 친환경 건설사다. 취약계층이 직원의 67%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포스플레이트는 60여명의 취약계층이 고용돼 광양제철소의 후판제품 재고 및 출하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송도에스이는 탈북자들을 채용, 포스코 패밀리 사옥의 청소 등을 담당한다.
포스코는 이 같은 사회적 기업 육성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에도 사회적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도 지난해 10월 향후 3년간 사회적 기업 7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이후 점차 실행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그룹이 추진 중인 사회적 기업은 다문화가족 지원회사 2개, 장애인 지원회사 2개,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교수 파견 회사 3개 등이다.
실제 삼성그룹은 올 초 어린이를 위한 ‘희망 네트워크’를 설립했고, 이어 다문화가족 지원 회사인 ‘글로벌투게더음성’을 개소하는 등 사회적 기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효성, 한화 “간접 후원이라도…”= 효성그룹과 한화그룹은 현재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진 않지만 여러 방법으로 간접적인 후원에 나서고 있다.
효성그룹은 최근 사회적 기업 창업 아이디어 발굴과 사회적 기업가 육성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지난 6월부터 ‘(재)함께일하는재단’과 공동으로 진행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효성그룹은 우수3팀을 선정, 총 7500만원의 창업지원금을 지난 4일 전달했다.
효성그룹은 이들 우수3팀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 경영컨설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사회적 기업의 상품을 대량 구매하고, 이를 사회취약계층에 무료 배포함으로써 사회적 기업을 간접 후원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00년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달력을 5만부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점자도서를 매년 4000부씩을 지원하고 있다. 점자달력 및 도서는 '도서출판점자'라는 사회적 기업이 전량 제작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한화그룹이 사회적 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진 않지만, 점자달력 및 도서 구매 및 무상 배포를 통해 사회적 기업을 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