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엘리 기자의 게임이야기]계정 영구 정지당한 어느 유저의 하소연

입력 2011-07-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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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거래 묵인 땐 언제고 이제와서 왜?”

어느 날 게임 계정 7개가 영구 정지를 당했다며 게임 사용자 한 명이 기자를 찾아왔다. 이 사람은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를 하는 유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아이템 매매상이었다.

‘가드뱅크’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 유저는 자신이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게임을 했다는 이유로 게임사에서 게임 계정을 영구 정지 시켰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일명 ‘오토’라고 불리는 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것. 오토는 자동으로 사냥 등의 행위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 자동 사냥 프로그램이다.

가드뱅크는 자신이 게임을 통해 모은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파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된 사업자등록증을 소유하고 있으며 국가에 세금까지 납부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4년 동안 던전앤파이터를 하면서 모은 아이템이 영구 계정정지를 당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는 것. 그것을 시중의 현금가로 환산하면 1억원 이상이라고 그는 말했다.

게임사들은 약관을 통해 불법프로그램 사용과 아이템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적발시 그에 대한 제재를 가한다. 가드뱅크는 자신이 오토를 사용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루에 게임 내에서 장사를 하면 게임 머니로 1억5000만 골드 정도를 벌 수 있는데 오토 프로그램을 세 시간 돌리면 100만 골드를 겨우 버는 정도다”라며 “고가의 아이템이 있는 계정을 가지고 위험을 무릅쓰며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인 안 된다”고 말했다.

네오플 본사를 수차례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한 그는 자신이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달라고 말했지만 해석이 불가능한 게임 플레이 로그 기록만 받았을 뿐 자세한 설명이나 증거를 받을 수 없었다.

그가 게임사에 요구하는 것은 명확한 설명과 재조사다. 자신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비디오로 녹화하고 로그 분석을 통해 무엇이 문제였는지 밝히고 싶다는 것.

또 만약 현금 거래가 문제가 됐다고 하더라도 1차 적발시 10일 정지에 그치는 데 반해 바로 영구 정지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게임사가 게임 내에 ‘경매장’을 만들어놓고 공공연히 일어나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묵인하고 아이템 현금 결제를 하지 않고는 게임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으면서 아이템이 유저들의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저가 게임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게임사에게 자료 제출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소송을 제기하는 것 밖에 없는데 변호사 착수금을 내고 소송까지 가려면 최소 1000만원이란 돈이 들어가 지레 포기해 버리고 마는 것.

올해 4월에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에 출범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다해도 조정안을 양쪽이 수락할 경우 재판상 합의와 같은 효력이 있지만 게임사가 조정에 참여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도록 돼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유저가 게임사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은 소송 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게임사들이 대형 로펌을 끼고 있어 이기기 쉽지 않다”면서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고가의 아이템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에 게임사에서 제재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게임 약관상 유저에게 불리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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