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뽑으며 특성화고 취지 살려, 은행권 채용 줄 이어
“20살의 여직원이 들어오면 일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기업은행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1996년 이후 15년만의 고졸 행원 채용으로 새바람이 불고 있는 것.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고졸 채용이 줄을 이을 예정이다. 특성화고의 취지를 살리며 상생 협력에 나서겠다는 판단에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상반기에 20명의 고졸 행원을 뽑은데 이어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고졸 출신을 채용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특성화고 중심으로 고졸 출신을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에서 일어난 새바람은 전 은행권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올해들어 텔러직 직원을 채용하면서 고졸 출신으로 5명 안팎을 채웠다. 국민은행은 12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재학생 8명을 4월말 채용했다.
지방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신입행원 초임의 원상회복뿐 아니라 고졸 채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은행의 고졸 채용 바람은 상생 협력을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최근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설립이 잇따랐다. 하지만 양질의 취업문은 많지 않았다. 은행이 이들 고등학교의 취업률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경영상황이 나아진 만큼 예전처럼 고졸 행원을 뽑는다는 의미도 있다. 사실상의 ‘원상 복귀’인 셈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은행이 고졸 행원을 채용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졸 출신도 대졸자와 똑같은 임금을 주기로 한 만큼 비용 절감의 의미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중산층에 두터워지면 은행에도 이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