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위의장에 듣는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6월 국회 주요 민생법안인 전월세상한제에 관해 “민주당의 전반적인 전월세상한제 도입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돼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정책위의장으로 당선되자마자 추가감세 철회 공약을 실행에 옮겨 당 정체성 논란이 불 붙은 것에 대해 그는 “일부에서는 좌클릭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감세정책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념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니다”라며 “재원확보를 더 많이 해서 친서민 예산에 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정책 방향에 대해선 “당과 좀 차이가 있다고 해도 그런 것을 굳이 못하게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나중에 경선을 거쳐서 한 후보가 확정되면 그때는 당과 후보 때 내세웠던 정책들을 조율해 국민들에게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과의 인터뷰는 13일 오후 국회 정책위의장실에서 이뤄졌다. “요즘 바쁘시죠?”라는 기자의 인사에 “방금도 회의 하나 마치고 왔습니다”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그의 쉰 목소리가 집권여당 정책위의장의 중압감을 방증하는 듯 했다.
-지난 한달 동안 감세철회, 등록금부담완화 등 이슈를 던지며 바삐 달려왔다. 그간의 소회는?
▲기존 한나라당 정책보다 한걸음 더 친서민적으로 펼쳐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왔다. 과거에도 친서민 정책을 펼친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피부에 와 닿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다가가자는 차원에서 민생을 돌보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좋은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간 새로운 원내사령탑이 내놓은 정책에 대해 당내 저항도 있었다.
▲민생을 더 따뜻하게 돌봐야 하는데는 이견이 없다. 일부에서는 좌클릭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추가감세 철회 정책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념적으로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주도해서 감세정책을 많이 펼쳐왔다. 남아있는 것은 최고구간 세율 부분이다. 재원확보를 더 많이 해서 친서민 예산에 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러한 정책들이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당이 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난 4.27재보선에서 패한 여러 가지 원인이야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이 피부에 와 닿을 만큼 민생을 안정시키는데 부족했다. 그래서 민심을 반영해서 민생안정에 가깝게 가는 정책을 펼쳐가는 것이다.
-저축은행 국정조사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간 폭로전을 비롯해 전현직 책임론 등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저축은행에 대한 변화들이 있어왔다. 지금에 와서 부실사태를 낳고 하니 ‘그게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에 대한 평가가 나온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전 정부의 책임론이 분명히 있다는 것인가.
▲그것도 있다.
-저축은행 사태가 마무리되면 저축은행에 대한 정책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저축은행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이 적정하게 잘 됐는지 평가를 잘 해봐야 하고 시스템상의 문제라고 하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소관상임위에서 지금까지의 정책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면 거기에 대한 제안들이 나올 수 있다. 정책위 차원에서 원인과 진단, 대책등을 챙겨보겠다.
-저축은행 예금자보호 한도를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선.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법안이 나왔다고 본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들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지역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방향을 선회했는데.
▲분양가상한제는 폐지할 때가 됐다는 입장이다. 주택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필요하다. 민주당이 (분양가상한제를) 강력히 반대하니 재개발·재건축 한해서만 폐지하자는 이야기는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라기 보다는 국토해양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한적으로 분앙가상한제 폐지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제안된 것이다. 개인적으론 부분적인 분양가상한제 폐지 결과를 봐가면서 전반적으로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난 4월 국회 여당내부에서 제한적 전월세상한제 도입과 관련해 논란을 빚었는데.
▲6월 국회에서 민주당의 전반적인 상한제 도입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돼, 그것보다는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정책위의장 당시부터 주거안정TF에서 부분적 상한제 관리지구를 지정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입장을 가지고 야당과 절충안을 찾겠다.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으로 당내에서도 국가 재정투입에 대한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은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같이 수립해야한다고 본다. 당내 TF가 어느정도 국가 재정이 투입돼야하는지 재원확보는 어떻게 해야는지 부터 치열한 논의를 하고 있다. 그 결과를 보고 말해야지 진행 중인 단계에서 정책위의장이 가타부타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학의 벽이 높다. 대학 구조조정의 방향은.
▲경쟁력 강화와 질 제고다. 부실대학의 구조조정 이라든지 예전부터 거론되고 있던 것들을 TF에서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구조조정) 했을 때 대학들의 평가가 어떨지 반응도 보고 부작용이 없겠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내가 말하고 나면 아주 다 확정된 듯이 비춰지고 자칫하면 혼선이 올수 있어서 말을 아껴야할 때다.
-7.4전당대회나 차기 총선과 대선으로 상당수 의원들의 관심이 원내 밖으로만 쏠릴텐데 대비책은.
▲국회에서 입법활동하고 현안에 대해서 정부를 감시견제하는 것이 우선이 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22명 의원들이 우리는 전대 캠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고, 동참하는 의원들이 계속 늘어날 거라 전망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안 그러면 국민들 시선에선 (국회를) 안 좋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곧 대선주자들도 정책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당 정책과 상충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다 조율해서 단일한 목소리만 나오면 좋긴 하겠다.(웃음)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성도 보장돼야 된다. 당내 대권주자로 경쟁하는 분들 사이에 정책의 차별성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도 당 입장과 너무 동떨어져 국민들에게 혼선을 빚을 때는 정책위가 적극 나서야한다. 나중에 결국은 경선을 거쳐서 한 후보가 확정되면 그때는 당과 후보 때 내세웠던 정책들을 조율해 국민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2007년 대선에도 중앙선대위 정책 상황실장으로 참여해 경험을 한적이 있다. 이명박 후보가 경선에서 이기고 나서 후보시절 공약들과 당에서 준비한 공약들을 재평가해 최종적인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집대성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내놓을 정책이 당과 괴리감이 있어 발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들리는데.
▲당과 좀 차이있다고 해도 그런 것을 굳이 못 하게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노선과 좀 차이 있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현 정책을 바꾸라는 게 아니고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분들이 집권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 좀 다양한 것도 바람직하다.
-쇄신의 핵심으로 등록금 부담완화 이슈를 선점 했지만 성공하지 못 하면 현 지도체제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위기에 빠지지 않게 잘 관리 해나갈 것이다. 당정회의도 열고, 지방을 순회하는 공청회도 계획하고 있다. 의견들을 수렴해서 정교한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이다.
◇이주영은 누구?=지난 2007년 정책위의장을 맡은 이후 지난 5월 4년만에 다시 집권여당 정책위의장으로 돌아온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함께 투톱으로 나서 소장파들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원내대표단에 오르자마자 공약으로 내세웠던 추가감세 철회 정책을 주도하고 등록금 완화 정책을 내세우며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중하고 차분한 성품으로 친이계, 친박계로 갈린 한나라당에서 중립 성향 의원으로 분류되는 몇 안 되는 인사로 통한다. 판사출신 3선의원으로 입법 사법 행정 경험을 두루 쌓아왔으며 2006년 다단계 판매업체인 ‘제이유 그룹 로비’ 의혹사건과 사행성 성인게임 ‘바다이야기’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실체를 규명하는데 앞장섰다.
18대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 모임인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를 맡아 국회 내 개헌 논의를 주도했다. 지난해 말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아 예산안 처리를 이끌었으며, 현재는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남 마산(59세)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사법시험20기 △서울지법ㆍ청주지법ㆍ서울고법ㆍ부산지법 판사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16ㆍ17ㆍ18대 국회의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現) 한나라당 정책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