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수사 하지 말란 말이냐" 분통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중앙수사부 직접 수사기능 폐지에 합의하자 대검찰청 중수부는 "저축은행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이냐"며 크게 반발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금융비리와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하는 중수부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3일 밤 "이번 사개특위의 결정은 진행 중인 수사 사안에 대해 심각한 방해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회 사개특위 검찰관계법 소위는 앞서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중수부의 직접 수사기능을 폐지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기로 합의했다.
검찰소위는 검찰청법의 직제규정을 `대검에는 직접 수사하는 부(部)나 과(科) 등을 두지 않는다'라고 고치는 안과 검찰청법에 검찰총장의 수사명령 권한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안 가운데 최종적인 법제화 방안을 선택하기로 했다.
여의도에서 합의된 이 소식이 서초동 대검 청사에 알려지자 이날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에 대해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한창 수사에 속도를 내던 중수부 수사팀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듯한 분위기였다.
중수부 수사 관계자들은 지난 3월부터 세 달 가까이 쉼없이 강행군을 해온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중수부 폐지 논의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닌지 바짝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부 수사 관계자들은 국회의 노골적인 수사 방해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중수부 관계자는 "수사 주체에 권위가 있어야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데 국회에서 폐지 논의가 진행되면 어떻게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한 뒤 "이제 소환을 해도 주요 참고인이나 피의자가 순순히 들어오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수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수사는 기간이 특정되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중수부 폐지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오면 피의자들 사이에 `두 달만 버티면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될 것"이라며 "공공연하게 도피하고 자료를 숨기는 이들이 속출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사팀을 지휘하는 김홍일 중수부장(검사장)은 `입맛이 돌아오려니 쌀이 떨어진다'는 말로 사개특위 소위의 중수부 폐지 합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고 중수부 관계자가 전했다.
대검 관계자는 "저축은행 수사는 검찰총장이 바뀌더라도 수사 진용은 그대로 남아서 계속해야만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 합의가 악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중수부 내부에서는 지난 10년간 중수부가 국회의원만 무려 93명을 기소해 1년에 거의 10명 가까이 비리를 적발했다는 점에 비춰 일부 국회의원들이 중수부 폐지 합의를 통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까지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