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간 비밀접촉 내용을 전격공개하면서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전망이다.
북측은 1일 남측이 3차례 정상회담을 제의하면서 천안함·연평도사건 사과와 관련해 돈봉투를 주면서 애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 반박에 나서 논란이 예고된다.
그간 2차례 열린 정상회담 전 남북간 비밀접촉이 있었지만 내용이 알려진 적은 없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에 이례적으로 국방위원회 대변인 대답을 통해 구체적 내용을 샅샅이 공개했다.
북측은 “(남측이)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며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다”며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하자고 하면서 돈 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고 그 누구를 유혹하려다 망신을 당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김천식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등 남측 접촉 당사자의 실명까지 거론한 상태다.
이에 통일부는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북측의 진의는 알 수 없으나 남북관계 냉각의 책임을 남측에 돌림으로써 미국과 중국의 태도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북미회담 및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해 갈등유발을 노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못마땅하게 보는 북한이 겉으로는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뒤로 돈봉투를 주는 ‘이중적 외교’를 부각시켜 국내 보수층의 민심이반을 노리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전 예비접촉 과정에서 북측에 4억500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사실이 3년 후 드러나 특별검사팀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비공식 접촉은 있었지만 돈봉투 주장은 황당무계하다”고 반박했다. 정상회담 제안 주장과 관련해서도 “구체적 내용이 정식으로 제안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