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새국면...나토 공습으로 카다피 가족 사망

입력 2011-05-0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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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아들·손자 3명 희생"...민간인 희생 확산 논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습으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가족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며 리비아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밤 수도 트리폴리 카다피 관저에 대한 나토의 폭격으로 카다피의 일곱 아들 중 막내인 세이프 알-아랍(29)과 12살이 안 된 손자·손녀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현지 국영TV가 보도했다.

정부 측은 다만 이번 공습에서 카다피 부부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어 나토의 잇따른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의 희생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리비아 군사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나토 사령관 찰스 부처드 캐나다군 중장은 "카다피 가족 구성원 중 일부가 공습으로 숨졌다는 미확인 정보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지속되고 있는 분쟁에 따른 무고한 민간인의 피해에 유감을 표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가족의 피해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한 채 나토의 군사작전이 특정한 인물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지 않다"면서 "나토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서방이 애초부터 카다피 축출을 목표삼아 왔으며 이번 공습도 실질적으로는 카다피를 겨냥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카다피와 가까운 사이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리비아에 대한 외국군의 군사개입은 미친 짓"이라면서 "나토가 카다피를 살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세이프 알-아랍은 지난 1982년에 카다피와 그의 둘째 부인인 사피야 파르카쉬 사이에서 태어나 리비아 정부에서 별다른 요직을 차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국영TV는 세이프 알-아랍을 '순교자'로 치켜세우면서 폭탄이 투하된 카다피 관저의 모습과 그곳에서 카다피에 대한 지지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을 생방송으로 방영했다.

카다피는 1986년에도 미국의 공습으로 생후 15개월 된 수양딸을 잃었다.

미국은 당시 독일 베를린의 미군 전용 디스코텍에서 폭탄테러로 3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리비아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카다피의 관저를 폭격했다.

미국의 공습에 리비아는 1988년 12월 영국의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미 팬암기를 폭파, 270명을 사망하게 하는 보복테러를 감행했다.

카다피는 나토가 자신의 관저를 또다시 폭격하기 직전 서방 연합군과 정전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나 나토 측은 카다피 세력이 먼저 민간인에 대한 일체의 공격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그의 제안을 일축했다.

나토의 잇따른 공습으로 막내아들과 손자·손녀를 잃은 카다피가 20여 년 전 팬암기 폭파사건과 유사한 보복테러를 또다시 감행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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