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손실, 정부가 전액보전 비판 목소리
“세금으로 부동산시장 살리겠다고?”
당ㆍ정ㆍ청이 10일 취득세 50% 감면에 따른 지자체 세수 부족분을 국민들의 혈세로 메우기로 합의한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잘못된 정책 판단을 국민 혈세(血稅)로 가리고, 특히 무주택 서민들이 세금까지 동원해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는 의도에 대한 비판이다. 한마디로 사회정의 위배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내 대표적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11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부동산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취득세를 인하하겠다는 자체가 현실과 배치되는 타당성 없는 정책”이라면서 “특히 국민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결국 집 없는 서민들 세금을 가지고 집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것으로 사회정의에도 위배된다”고 질타했다.
여당의 다른 의원 관계자는 “가계부채비율이 높아 고민이 있겠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다시 고민하는 등의 다른 정책적 수단이 있음에도 세금으로 돌려막겠다는 방침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민주당 의원도 “취득세 인하라는 법률적 행위에 중앙정부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약속을 하고 있다”면서 “조세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를 달래기 위해 세수 부족분을 또 다른 세수로 메운다는 자체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 근시안적 발상이란 지적이다.
이처럼 당·정·청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당내에서 세수 부족을 국민 혈세로 메우겠다는 방침에 강력히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데다, 민주당도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ㆍ정ㆍ청의 방침이 국회를 통과하면 관련 법이 소급적용돼 지난 3월22일부터 연말까지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취득세율은 현행 2%에서 1%로, 9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은 4%에서 2%로 절반씩 내려간다. 세수부족을 국민 세금으로 돌려막는데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이는 것도 취득세 감면의 혜택이 전세파동에 시달리는 무주택자가 아닌 고가 및 다주택자들에게 주로 돌아가고 있어서다.
그나마 국회통과가 불투명해 취득세 감면 발표 이후 더욱 움츠러든 주택시장은 당분간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