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에 번쩍 西에 번쩍...현장에 가면 언제나 그가 있다
“제발 변해라. 어제, 오늘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더 생각하고 공부하고 자율적으로 일해야 한다.”
“학생들은 명확한 목표와 꿈을 설계하고 항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실행을 통해 그 꿈을 완성해야 한다.”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사진)이 지난 2009년 1월 취임 후 현재까지 사내·외 강단에 서서 임직원들과 학생들에게 남긴 어록이다.
그는 일관된 경영 방침으로 조직운영을 하는 경영자로 알려졌다.
◇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 현장을 말하다=박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스피드(SPEED), 효율화, 손익 위주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이 경영모토를 지키기 위해 위로부터 변화와 아래로부터 변화를 동시에 설파했다.
대부분의 강의 내용은 △변화를 이끄는 사고 △프로다운 근성 △자율적 조직문화에 맞춰졌다.
경영 목표는 인재 경영을 통한 내부 경쟁력 확보였다.
약 2년이 지난 지난 18일에는 서울 역삼동 메리츠타워 지하 1층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박 사장은 “지난해 사업체질 개선이 무엇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내부경쟁력 확보·획기적 손익개선’을 경영방침으로 정했다”며 “실천 전략으로 스피드·효율·시장 점유율·원가절감을 경영 전반에서 실천해 온 결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평소 개발·제조 현장 방문 및 직원들과 대화와 토론을 자주 벌여 온 박 사장은 취임 후 수원사업장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 현장 방문을 실시했다”며 “2009년 2월부터 ‘현장 집중 근무제’를 실시해 불필요한 업무체계를 없애고 인력들이 현장 업무에 전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09년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을 현장 집중 근무 시간으로 정했다. 또 △ 현장 인력대상 회의 및 행사 금지 △ 현장인력 호출 자제 △ 제조 보직장 현장 근무 △ 생산관련 미팅 현장 실시 △ 현장 미팅용 별도자료 작성 금지 등 5대 가이드 라인도 정했다.
현재는 현장 집중 근무 시간을 부서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제조 보직장 현장 근무는 권장사항이다. 사무직 스텝이나 그룹장이 현장 경험을 알아야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실제 그의 경영방침은 실적에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매출성장률은 62.65%였으나 순이익 증가율은 893.66%를 기록했다.
◇엔지니어 출신 CEO의 현장경영자 현장에 가다=“현장은 기술개발(R&D) 부서나 생산라인 뿐 아니라 인사, 총무, 재무 등을 모두 포함한다”며 “최고경영자(CEO)가 시간 날 때마다 각 사업부를 돌아다니면서 뭘 해 줄 수 있는 지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박종우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CEO다. 연세대 전기공학과 학사, 전자재료공학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미국 퍼듀대학 전자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따고 IBM에서 4년간 일했다. 1992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그는 반도체 사업부문 연구임원으로 시작했다. 삼성전자에서 엔니지어 출신에서 CEO로 성공한 전형적인 사례다.
업계에서는 전기공학도지만 성공적인 리더십을 갖춘 경영자로 평가한다. 실제 그는 2006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DM) 총괄 프린팅사업부장(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프린팅사업부 위상을 높였다.
당시에는 최지성 DM총괄 사장(현 삼성전자 부회장) 아래 5개 사업부 중 유일한 사장 직속 사업부였다. 그가 프린팅사업부 전무와 부사장을 거치면서 레이저 프린터 시장에서 2위로 이끈 성과를 반영한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현장 경영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삼성전기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현장중심 경영은 계속됐다. 박 사장은 지난 2009년 1월 삼성전기 사장 부임 이후 연일 수원사업장을 비롯한 현장 방문에 나섰다.
이어 그는 같은해 2월에는 부산사업장 방문을 시작으로 국내외 사업장에 대한 순환 방문에도 들어가면서 현장 경영을 강화했다.
2010년 8월28일에는 수원사업장에서 과장급 직원 500여명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이같은 사례 외에도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기 직원들은 사무실이나 현장에 불쑥 나타나는 박 사장에게 익숙해져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궁금한 점이 생기면 박종우 사장은 현장에 와서 실무자들에게 직접 물어보곤 한다”며 “처음에는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했지만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가 업무에 잘 반영돼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