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으로 협력업체와 소통강조...즐거운 직장이 곧 경쟁력
LG디스플레이는 대형LCD(9.1인치 이상) 매출액 55억5060만 달러(점유율 27.9%)를 기록해 삼성전자(49억9940만 달러(25.2%)를 앞섰다. 출하량에서도 4927만대(점유율 27.9%)를 기록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출하량에서는 삼성을 앞서왔지만 매출에선 지난 2005년 2분기 이후 삼성에 이어 2위를 기록해 왔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사진)은 디스플레이 업계의 승부사로 통한다. 그는 시장점유율보다 수익성을 위한 투자를 한다. LG디스플레이가 기업문화를 상생과 소통으로 바꾼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수익성 추구로 시장점유율 1위라는 선물도 받았다. 권 사장이 강조한 즐거운 상생이 낳은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LCD 시장에서 가격을 두고 출혈경쟁을 하면 패널 제조사 뿐 아니라 장비·부품·재료 등 협력사까지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가치 신기술에 투자해 전·후방(장비 및 재료 협력사)산업 모두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밝힌 협력사와의 관계에 대한 철학이다. LG디스플레이 미래는 협력사와의 상생이라는 의미다.
◇상생을 강조하는 CEO, ‘같이 성장하자’
권영수 사장은 업계에서 먼저 하청업체들과 상생을 강조했다. “실적이 나빠지자 하청업체들과 고통을 분담했다. 하지만 실적이 좋아지자 수익을 일부 나눴다. 하청업체들마다 규모나 기준은 달랐겠지만 패널업계에서 가장 먼저 동반성장 경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고위관계자가 최근 권영수 사장에 대해 한 말이다. 협력업체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보상이 아닐 수 있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선 동반 성장의 본보기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권 사장은 협력사와 상생의 중요성을 취임 때부터 줄곧 강조했다. 지난 2007년 1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취임 후 부품 협력회사 최고경영진(CEO)들을 초청해 ‘경영환경 설명회’를 가졌다. 당시 LCD 공급과잉으로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권 사장은 일방적인 단가 인하 대신 협력사와 공동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성과를 나누도록 했다.
지난 2007년 6월에는 업계 최초로 상생전담조직을 신설했다. 현재 80∼100명이 현장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상생전담조직을 포함한 4개의 구매조직을 하나의 ‘구매 센터’로 통합해 격상했다. 상생전담조직은 주로 부품·소재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활동한다. 또 장비 협력업체들과 공동개발로 2000년대 초반 15%이던 LCD 장비 국산화율을 현재 약 65%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9년 10월 ‘제1회 상생페스티발’을 개최해 협력사들과 상생·협력을 정례화 했다.
‘제2회 상생 페스티발’은 지난해 10월 열렸다. 이 자리에서 권영수 사장은 “협력사 경쟁력과 성장이 곧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이라며 “LG디스플레이 모든 협력회사가 세계 부품 산업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협력활동을 지속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일할 때는 철저하게, 놀 때는 즐겨라’
“시장 환경이 좋을 때는 생산 능력이 그 회사의 경영실적에 절대적 영향을 주게 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얼마나 철저한 대비를 해놓았는지, 얼마나 적절하게 대응하는 지에 따라 경영실적의 격차가 드러난다.”
철저한 대비와 적절한 대응은 권 사장의 경영 철학이다.
맥스 캐파(Max Capacity·극한도전)란 생산 장비가 가진 성능의 극한치에 도전하고 작업 공정을 개선해 단위 공정 시간을 축소시키는 활동이다. LG 디스플레이는 추가의 투자 없이 2007년 초 월 11만장(투입 기준)이던 파주 7세대 LCD 생산라인 생산 능력을 그 해 연말에는 13만 8천장으로 확대시켰다. 민로스(Min Loss, 손실 최소화)도 활발하다. 기존 공장들의 생산성도 30% 이상 높였다.
권 사장은 사원복지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월 기업문화 개선의 전체적인 전략을 체계화 하고자 전담조직인 ‘즐거운 직장팀’을 신설했다.
권 사장은 그해 6월 짐 데이비스 SAS 부회장과 대담 중에서“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다”며 “이를 위해 직원들은 물론 그 근간을 이루는 가족들까지 회사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사내 결혼 커플 웨딩카 지원 △첫 아이 임신 축하 프로그램 △사내 보육 시설 운영 △자녀 교육 지원 프로그램 △5월 가족사랑 Festival 직원 △부모 관광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합리적인 원칙주의자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자기 원칙이 투철한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해외 출장 등 특별한 일정을 제외하고 월요일은 서울 본사, 화·수요일은 구미공장, 목·금요일은 파주공장을 돌며 근무한다. 취임후 4년째 이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권영수 사장이 직접 현장에 나감으로써 직원들과 소통하며 거리를 좁히고 있다”며 “업무 보고를 위해 구미·파주 현장 임직원들이 서울 본사로 이동해야 하는 수고도 덜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모하는 습관도 권 사장의 원칙이다. 권 사장은 LG전자 과장시절부터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며 중요한 사항이나 아이디어를 적기 시작했다. 그는 매년 대학노트 4∼5권을 쓴다. 약 25년 전 LG 과장 시절부터 쓰기 시작해 지금은 100여권이 넘는다.
그는 적는 습관을 가지면 잊어버리는 것을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어 치밀함과 섬세함이 생긴다고 했다. 또 과거 노트를 보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구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원들에게 직접 노트를 주고 메모하는 습관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