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기습처리에 들끓는 비난여론...여야 금주 중 개정안 처리키로
여야가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기습 처리하자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민생국회를 외치며 2월 임시국회를 열어놓고는 정작 시급히 처리해야 할 임대주택법, 예금자보허법 등 민생법안은 뒤로 한 채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이다.
국회 행안위가 정치자금법 31조 2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 부분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꾸면서 특정 단체의 자금이라는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고, 특정 단체가 소속 회원의 이름을 빌려 후원금을 기부할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즉 기업이나 단체, 법인이 법망을 피해 직원·회원의 이름으로 소액으로 쪼개서 주던 국회의원 후원금을 합법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으로, 국회의원 스스로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을 중심으로 ‘민생은 제쳐두고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6일 성명을 통해 “국민이 위임한 입법권을 국회의원 자신을 위해 악용한 반민주적이고 추악한 행태”라며 “만약 끝까지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 한다면 관련 의원 모두를 상대로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도 “개정안은 사실상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우회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땜질식 법 개정은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뿐 이며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진호 네오위즈인터넷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정치자금법 기습처리는 故노무현 대통령 때 정치 분야 개혁을 위해 만든 법안의 중대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트위터 아이디 ‘bangyc’를 쓰는 네티즌도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디도스(DDos)처럼 기업이나 단체가 입법로비를 할 때 정치자금을 편법으로 분산해 지원할 길을 열어 주었다”며 “이번 법안은 한마디로 ‘디도스 정치자금법’”이라고 힐난했다.
한 네티즌은 “자신들을 위한 법안은 기습처리, 민생을 위한 법안은 무기한 보류하는 것이 오늘날 국회의 자화상”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네티즌도 “민생입법을 한다고 임시국회를 열고서는 결국 자기들 살자는 거였다”라고 질타했다.
한편 이번에 처리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행안위가 지난해 말 처리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무산된 법안이다. 행정안전위는 지난 4일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이 발의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심의, 대안을 만들어 전체회의로 넘기고, 이어 안경률 행안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상정해 10분 만에 의결했다. 여야 지도부는 금주 중 정자법 개정안을 법사위에 이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이른바 ‘청목회 사건’ 등 입법로비에 대한 처벌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