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압박에 4월 금리인상설 확산
유럽중앙은행(ECB)는 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2개월째 동결하고 금리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ECB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모두 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해 창설이후 10년만의 최저수준인 1%를 유지하고 있다.
ECB는 그러나 유럽 전역의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선 심각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상품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협이 높아져 ‘강한 경계감(storng vigilance)’이 요구된다”며 “다음달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한 경계감이라는 표현은 ECB가 금리를 인상하던 지난 2005~2007년 당시 자주 사용했던 단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서 ECB가 연말쯤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의 물가압력이 높아지면서 ECB가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17개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4%를 기록해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이는 ECB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선 것이다.
영국도 금리인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영란은행(BOE)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통화정책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3명의 정책위원이 금리인상에 찬성했다. 한달전만 해도 금리인상에 찬성하는 위원은 2명에 불과했다.
영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로를 기록해 목표치 2%보다 두 배 높았다.
최근 중동의 정세불안으로 유가가 상승하기 이전부터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초과해 물가상승 압력을 받았다.
유럽은 조기 금리인상을 시사한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통화정책 완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2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은 기껏해야 일시적이고 비교적 완만한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미국과 다른 금리정책을 펼칠 의사를 내비치면서 달러 약세와 유로 강세로 이어졌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0.7% 오른 1.3962로 상승해 4개월래 최고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