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한 변명을 하지 않겠다. 민망하고 국민께 송구스럽다.” “다운계약서 작성한 바 없다“ 반나절 만에 “결과적으로 인정한다.”
이상훈 대법관 후보자는 2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스스로 자신의 ‘불법성’을 시인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다운 계약서 작성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2001년 서울 반포동 아파트를 3억원에 샀다가 이듬해 5억4000만원에 판 경위, 2004년 서울 서초동 상가를 분양받았다가 5개월 만에 매도한 이유, 2001년 경기도 양평군 임야 827㎡ 매입 뒤 6개월 만에 695㎡의 지목을 대지로 변경한 까닭 등을 캐물었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후보자 배우자는 2001년부터 5년간 10차례나 부동산 거래를 했다”며 “어느 국민이 투기가 아니라고 인정하겠느냐”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2002년∼2010년 매입했다가 처분한 부동산 거래차익이 4억1400여만원에 이르고 보유 중인 부동산의 미실현 차익 추정치가 24억여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여야의 투기 의혹 제기에 대해 “저와 제 가족이 법에 어긋날 만한 일은 하지 않았으나 구구한 변명을 하지 않겠다”면서 “민망하고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상권 의원의 ‘여유자금으로 부동산을 단기간에 샀다가 판 것은 투기냐, 투자냐’라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지적을 달게 받겠다. 적절치 못한 경제활동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시인했다.
이 후보자는 또 ‘아파트 거래 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9억원 이상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 등의 지적에 대해 오전 내내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으나, 오후에는 “결과적으로 (다운계약서 작성을) 인정한다”며 말을 바꿨다. 또 아들과 딸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것과 관련해 “참 부끄럽다. 거치기간 없이 상환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상훈 대법관 후보자의 성직자 수준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법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용 목표인 ‘공정사회’ 기틀을 마련하는 엄중한 자리다.
현 정부 들어 청렴성과 도덕성 문제로 낙마한 인사는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를 비롯해 8명에 달한다. 또다시 대법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를 둘러싼 불법성으로 현 정부의 핵심기조인 ‘공정사회’에 부합되는 인사인지 의문을 낳고 있다.
이 후보자의 불법성은 “사회 각 분야를 이끄는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현 정부의 인사방식과 인물선정이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야 인사청문위원들은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경과보고서를 채택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