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북한의 포격으로 황급히 연평도를 피신한 주민들이 88일의 피란 생활을 마감한다.
피란민들이 임시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김포시의 아파트 계약이 오는 18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피난 만료와 동시에 귀향을 앞둔 연평도 주민들은 기대와 불안으로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다.
연평도가 포격을 당한지 3개월이 다 돼가지만 주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17일 딸(8)과 함께 연평도에 들어가는 김모(32.여)씨는 오랜만에 연평도에 들어가 '내 집 살림'할 생각을 하니 설레고 좋다.
하지만 귀향을 앞두고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씨는 16일 "딸이 자꾸 연평에 돌아가기 무섭다고 해 걱정된다"라며 "게다가 요새 북한과 사이도 좋지 않아 추가 포격이 있지 않을까 나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조순애(55.여)씨는 "오랜만에 집에 가니까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좋긴 한데 마냥 좋은 건 아니다"라며 "모든 상황이 빨리 안정돼 예전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계약 만료가 2일 밖에 안남은 이날까지도 귀향날짜를 정하지 못한 피란민도 있다.
김순애(52.여)씨는 "계약도 다 됐으니 나가긴 해야 하는데 도무지 연평에 돌아갈 자신이 없다"면서 "내게 고향은 너무 그립지만 두려운 곳이 돼 버렸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귀향 전 점검 차 하루, 이틀 섬에 다녀온 몇몇 피란민들은 미진한 복구 진행에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집이 크게 파손돼 완전 복구 전까지 임시주택에 살아야 하는 피란민들은 협소한 공간 등 임시주택의 열악한 환경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포격으로 집이 완파된 박모(88)씨는 "이틀 전 섬에 가서 임시 거주할 주택을 보고 왔는데 집이 너무 좁은 데다 수도관까지 동파돼 물이 안 나오더라"며 울상을 지었다.
박씨는 "고향에 가는 건 좋은데 내 집은 복구가 하나도 안됐다"며 "불편한 가건물에서 얼마나 살아야 할지 걱정이다"라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