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 세실 퇴출...스톰이앤에프 등 상폐 대상 올라
코스닥시장에 또 퇴출 칼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IMF 외환위기 후폭풍으로 한계기업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9년 89개사를 뛰어넘은, 91개사가 증시에서 사라진터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횡령·배임 등이 잦은 코스닥시장에서 퇴출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도입되며 자본전액잠식, 감사의견 거절 등과 같은 양적 요건이 아닌 경영진들의 횡령·배임행위, 매출액 부풀리기 등 질적인 요건들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때 거래소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되며 친환경농업 대표주자로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세실이 10일 증시에서 퇴출됐다. 지난해 12월 김헌기 대표이사의 배임혐의로 흔들리기 시작해, 이후 감사보고서 거절로 인한 계속기업 존속이 불확실 사유가 생기며 상장 3년여만에 코스닥시장에 이별을 고한 것이다.
또한 전자집적회로 제조업체 네이쳐글로벌은 상장 4년만에 지난달 8일 증시에서 사라졌고, 에스브이에이치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정리매매기간을 거쳐 이날 증시에서 최종 퇴출될 예정이다.
퇴출명령을 앞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유명연예인을 거느린 연예기획사 스톰이앤에프(옛 디초콜릿)와 고철ㆍ전자스크랩 제조업체 금성테크는 경영진과 최대주주의 배임혐의 등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있다.
경윤하이드로는 이미 실질심사에 돌입해 실질심사위원회의 최종 상폐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또, 국내 1세대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잘 알려진 핸디소프트의 경우 이의신청 개선기간이 끝난 탓에 조만간 열릴 상장위원회에서 잔류냐 퇴출이냐가 판가름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절대적인 코스닥시장에서, 상폐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른바 코스닥시장은 '개미들의 무덤'으로까지 불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대형주가 포진한 유가증권시장은 결산감사 직후인 4~5월에 상장폐지가 집중되는 편이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실질심사 사유가 상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개인들은 삼성전자와 같은 덩치 큰 주식 대신 몸집이 가벼운 중소형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횡령이나 배임, 시세 조종,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 등의 범죄는 주로 작은 기업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투자자들은 테마주 등 '묻지마 투자'에 휩쓸려 절대 뇌동매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상장폐지 기업은 경기 호황을 보였던 2006년(15개)과 2007년(17개) 들어 눈에 띄게 줄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8년 26개에서 2009년 83개로 대폭 증가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퇴출은 2007년 7개에서 2008년 23개, 2009년 65개, 지난해 사상 최대인 74곳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