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진행된 개인신용정보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사장 선임 절차가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짓고 KCB 주주인 금융기관들이 논란을 조기에 해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KCB 사장 선임 절차를 다시 진행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9일 "현직 사장 및 부사장이 대표이사 후보선임을 위한 평가 및 의결에 참여함으로써 다수 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지는 등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관련 기관에 발송했다.
이 공문은 KCB와, KCB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9개 금융기관, 기타 주주인 외환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10개 금융기관에 각각 발송됐다.
금감원은 공문에서 "이사들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대표이사 선임규정 및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시행함으로써 이번 후보선임 과정에서 야기된 공정성 논란이 조기에 해소될 수 있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구체적으로 주주나 주주가 추천하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설치, 현직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가 사장 후보자에 지원할 경우 평가 및 의결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이해상충 방지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결권을 가진 이사가 후보로 나와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이번 판단은 다른 금융사들이 사장 선임 과정 때 참고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중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대표이사추천위원회 산하에 사무국을 설치하고 후보자 평가결과를 이사회에서 동시 개봉하는 등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의 표결을 보면 사장과 부사장의 의결권 행사로 인해 주주 의견에 반하는 형태의 결과가 나왔다"며 "그동안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데다 오는 21일 KCB의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어 가급적 빨리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CB가 사장 재선임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금감원이 이를 강요할 권한은 없다"며 "KCB 주주들이 모여 현명하게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CB 관계자는 "주주의 입장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 따를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KCB의 주요 주주인 금융회사들은 주총에서 사장 선임 안건을 부결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 주주 측 관계자는 "당국이 문제를 삼은 만큼 사장 선임에 반대했던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주총 전에 모임을 갖고 의견 조율을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주총에서 표대결로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표대결로 가더라도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CB는 지난달 사장 선임을 위해 9개 주주 금융회사 대표들의 표결 때 현직 사장과 부사장이 투표권을 행사해 다수 주주의 지지를 받은 후보자가 탈락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용덕 KCB 사장은 "규정에 있는 절차에 이사회를 통해 선임됐는데 부도덕하다고 몰아붙이고 있어 억울하며, 월권으로 생각된다"며 "(3연임 도전은) 자리 욕심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회사를 만든 만큼 자리를 잡을 때까지 경영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자진 사퇴 의향을 묻는 말에 "개인적으로 아무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사퇴할) 의사가 없다"며 "하지만 주총 안건을 부결시키는 것은 주주의 권한인 만큼 주주들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