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삼성의 혼(魂)을 심는다

입력 2010-11-17 11:58수정 2010-11-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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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개발원·경제연구소 내외부 ‘삼성이즘’ 전파

삼성맨들은 남다른 애사심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들의 이같은 자부심에는 ‘우리가 최고’라는 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최고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데에는 삼성인력개발원과 삼성경제연구소가 한 몫하고 있다.

삼성그룹 인사관리 중심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은 다양한 교육을 통해 삼성맨을 최고의 인재로 양성하고 있다. 또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임원에게는 명상과 산책을 통한 심신치료를 지원하기도 한다.

삼성중공업의 K 부장은 “인력개발원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공이 강해진 것 같다”며 “(삼성에 몸담아서가 아니라)왜 삼성을 최고로 여기는 지 교육제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같은 교육과 성과에 따른 철저한 보상을 통해 ‘삼성맨’들에게 ‘삼성의 혼(魂)’을 심어주고 있다.

대내적으로 인력개발원이 삼성의 혼을 심어준다면 삼성의 ‘혼’을 전파하는 역할은 삼성경제연구소가 담당한다.

국내 최고의 민간경제연구소라는 위상에 걸맞게 삼성경제연구소는 본연의 업무인 경제·경영 부문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해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심지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아젠다를 제시하기도 한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조직이, 삼성맨이라는 조직원들이 강하게 비춰지는 이유는 경영실적이나 국가경제 기여도와 같은 유형적인 것 외에도 ‘삼성정신’이 주는 무형의 요소도 많이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 인력개발원, ‘창의적 삼성맨’의 산실로 거듭난다

‘삼성맨’을 양성하는 삼성인력개발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던졌던 화두인 ‘창의적 인재’의 산실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인력개발원의 시설을 개보수하고, 신입 사원 및 임직원 연수과정에서 지급되던 펜과 종이가 사라지고 넷북을 통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신입사원 연수 때부터 교육방식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과거 소속 계열별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던 ‘집체교육’중심에서 삼삼오오 앉아 교육을 받거나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는 ‘자율교육’형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 모바일 오피스와 스마트 워크가 대세인 업무환경에 하루빨리 적응토록 하기 위한 조치다.

모바일 환경에 적응토록 하고 관련 아이디어를 도출해 낸다는 취지다. 인력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입장에서는 넷북을 지급한 후 근무환경이나 회사 운영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직접 발표하기 곤란한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집할 수 있게 됐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또 삼성이 자랑하는 ‘지역전문가 제도’는 직원들과 해외에 삼성의 혼을 널리 알리는 제도로 꼽힌다.

‘지역전문가제도’는 SGP(Samsung global expert program, 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 과정 중 하나로 원하는 지역을 선정해 6개월~1년 동안 현지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리급 시절 지역전문가제도를 경험했던 삼성전자의 J차장은 “해외 현지에서 삼성과 한국이 비춰지는 이미지를 실감할 수 있었으며, 국내에 돌아왔을 때에는 해당지역에 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보다 글로벌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철저한 시스템화... 창의력 발휘 의문

삼성맨들은 그룹의 오너가 창의성을 강조하고, 인재양성을 책임지는 인력개발원도 임직원들의 창의력 증진을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실제로 업무에 적용될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붙인다.

삼성전자 S부장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실적을 보여야 하는 기업 생리에 비춰보면 이는 불가능한 측면이 많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느 기업들보다도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기업으로 평가받는 삼성이라는 조직에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단기간의 교육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S부장은 “제품개발이나 디자인 부문처럼 창의성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부서는 모르지만, 다른 부서에서는 현재의 시스템대로 일하는 것에 더 익숙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성과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삼성의 ‘성과주의’시스템도 삼성맨들의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맨들은 많은 업무량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안다”며 “철저하게 시스템화된 업무환경과 무한실적경쟁이라는 환경에서 창의성이 얼마나 발휘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시스템에 익숙해져버린 ‘삼성맨’들의 인기가 최근 이직 시장에서도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헤드헌팅 업체에 따르면 삼성맨들에 대한 선호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헤드헌팅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삼성맨들에 대한 선호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시들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삼성맨들의 능력보다는 삼성의 시스템이 우수하다는 것을 채용 후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체제에 익숙한 삼성맨 보다는 오히려 분위기가 자유롭고 창의성을 강조하는 기업 출신들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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