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피부건조증 등 질환 발생률 높아
때밀이 수건으로 때를 박박 밀면 일시적으로 몸이 가벼워진 듯한 기분이 들고 피부도 매끄러워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하지만 거칠고 자극적인 때밀이 수건으로 피부에 강한 마찰을 주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때란 탈락(脫落)된 피부 표면의 각질층과 땀, 피지, 먼지가 섞인 것을 말한다. 때가 거무스름해 보이는 것은 먼지에 의한 오염과 각질층 때문이다. 표피 내부의 pH는 7.0이지만 표면에서는 때로 인해 4.0 정도가 된다. 이 높은 산성이 세균의 발육에 방해가 된다. 하지만 때가 쌓이면 땀이나 피지 분비를 나쁘게 하고 체온조절이나 신진대사 기능이 장애를 받아 해롭다.
따라서 때는 적은 것이 좋지만 샤워만으로도 충분히 씻겨 나간다. 사람들이 때밀이 수건으로 미는 것은 상당부분 피부의 각질층이기 때문이다. 각질층은 피부의 수분 증발을 막는 보호막이면서 콜레스트롤, 세라마이드, 지방산 등을 포함하는 주요 지질층이다. 이로 인해 때밀이 수건을 이용, 심하게 벗겨내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거칠어진다. 사실 건강한 피부는 조절 능력이 있다. 각질이 많이 생겨 지저분하게 보일지라도 스스로 조절해 과다한 부분을 없애고 매끈한 피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환절기 대표적 피부질환, 피부건조증
40대 중반의 회사원 김 모씨. 그는 4~5년 전부터 환절기만 되면 괴롭다. 허벅지의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면서 극심한 가려움증이 찾아오기 때문. 참지 못한 나머지 심하게 긁다보면 허벅지는 어느새 벌겋게 변해 있기 마련이다. 김씨의 증상은 환절기의 대표적 피부질환인 피부건조증(Xerosis)이다. 피부건조증은 건조(dry)를 뜻하는 그리스어‘xeros’에서 유래된 것으로 비감염성 피부질환의 일종이다.
피부건조증은 일반적으로 낮보다 밤에 더 가렵고,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세가 더욱 심해진다. 관절 부위보다는 팔뚝이나 정강이,허벅지, 몸통에 잘 생긴다.
특징적인 증세는 미세한 비늘이 나타나는 것. 증세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피부가 갈라지는 균열현상이 나타나는데, 손과 발도 건조해지며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이 때 가려움증이 동반되는데, 긁으면 상처가 생기면서 세균에 감염돼 곪는 경우도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의 김일환 교수에 따르면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환절기에는 피부가 건조해지기 쉽다. 건조한 공기는 각질층의 수분을 빼앗고, 낮은 기온은 피부의 지방샘과 땀샘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절기만 되면 피부질환과 함께 심한 가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하지만 갑자기 늘어난 각질층을 제거하기 위해 목욕을 자주 하고, 때를 밀게 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돼 오랫동안 고생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사실 건조한 피부는 정상인에게서도 노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난다.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는 없다. 이를 방치하면 피부노화가 정상보다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이 있거나 신장질환자의 증상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능성 보습제 통한 수분 유지 중요
건조해진 피부에는 전기 스파크가 일어나기 쉬운데, 이 전기 스파크가 피부를 자극해 가려움증을 유발하게 된다. 전신에 피부건조증이 나타날 경우 치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또한 건조한 피부에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피부건조증은 피부의 장벽기능이 약해져서 수분을 유지하지 못해 생기는 병인 만큼 기능성 보습제로 피부지질 보호막을 강화시키고 수분을 유지시키는 게 중요하다.
특히 식물성 기름 섭취를 늘리고 과일이나 채소 등을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 주는 것도 좋다. 때를 밀거나 뜨거운 목욕은 피부를 자극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하루 1회 이하 15분 이내가 좋다. 샤워나 세안 후에는 기능성 보습제를 사용해 피부 속 수분을 유지하도록 하고, 실내에서는 적정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습기를 틀거나 빨래를 널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피부뿐 아니라 입술도 피부건조증을 조심해야 한다. 입술 피부는 다른 곳보다 두께가 얇고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땀샘과 피지선이 없기 때문에 찬바람에 손상되기 쉽다. 흔히 입술이 튼다고 침을 바르는데, 이는 좋은 습관이 아니다. 침을 바르면 오히려 더욱 건조하게 되고, 심할 경우 ‘박탈성구순염’등으로 악화돼 수년간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드시 입술용 보습제를 사용하라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김 교수는“피부건조증의 치료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면서“증세가 심할 경우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피부 상태를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책을 강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필현 기자 chop23@etoday.co.kr
도움말: 김일환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
◇환절기 피부 관리 요령
1. 식물성 기름 섭취를 늘려 충분한 수분을 유지한다.
2. 과일이나 채소를 통해 비타민, 미네랄 등을 보충한다.
3. 샤워는 1일 1회 15분 이내로 한다.
4. 샤워 및 세안 직후 기능성 보습제를 사용해 피부 손실을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