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Dㆍ하이닉스 등 5개월 째 가격 하락세로 수익성 악화 불보듯
2분기부터 시작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세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LGD), 하이닉스 등 이를 주력상품으로 하는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업체들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속내가 궁금하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장은 이들 업체의 하반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 2분기에 비해 LCD 패널 가격 하락 폭이 큰 데다 최근 들어 메모리 반도체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인 DDR3 D램은 3개월 새 14% 가량 값이 하락해 지난달 말 2.34달러에 거래됐다. 또 40~42인치 LCD 패널은 지난 4월에 비해 15.3% 가격이 떨어진 288달러를 기록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여서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체력을 갖추었지만 지금까지의 가격 하락세면 하반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제조업체들이 수익성 면에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업이 부정적 전망을 먼저 내놓기는 어려운 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LCD 패널을 생산하는 LGD의 관계자도 지난 8월말 “가격 하락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지난 2008년 4분기 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급락의 영향으로 영업손실 7280억원(전분기 대비 40.5% 상승)을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 손종형 한국 지사장은 “스펙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특성상 시장에서는 D램의 가격 경쟁이 낸드플래시 등 다른 반도체에 비해 제일 치열하다”며 “D램 위주의 하이닉스 같은 업체들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이와 같은 가격 하락세의 원인으로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을 꼽고 있다. 향후 미국의 소비 회복 여부를 보여주는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8월 53.3를 기록해 전달(51)에 비해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TV, PC 등 완성품 업체들이 상반기 소비 부진으로 인해 쌓인 재고를 털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LCD, 반도체 등의 부품업체로써는 가격을 낮추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LGD 등이 최근 패널 공급 가격을 소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분수령은 있다. 올해 말 성탄절과 내년 초 중국의 춘절 등 ‘소비의 시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소비 회복 여부에 따라 패널 업체와 반도체 업체들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