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융합·시너지 창출 최대 숙제
현대오일뱅크의 신임 대표이사에 오른 권오갑 사장은 정유업계에서는 생소한 인물이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팔방미인으로 통할 정도로 다방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터다.
권 사장은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전 현대중공업 고문)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축구단 운영에서 부터 홍보, 경영업무를 두루 거치는 등 그룹경영 전반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권 사장은 정 의원이 대한축구협회 회장 직을 맡자 축구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정 의원이 2002 한·일 월드컵 유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1990년대 당시 권 사장은 현대학원과 울산대학교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며 울산대, 울산과학대, 현대중·고교, 현대청운중, 현대정보과학고의 축구부 창단을 주도했다.
이후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권 사장은 1997년부터 홍보를 담당하면서 '홍보맨'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권 사장은 홍보 외에도 경영지원과 수출입업무부, 국내영업, 법무, 호랑이축구단 단장까지 맡는 등 그룹 업무 전반을 담당했다.
특히 최근 실업축구팀 리그인 '내셔널리그' 회장을 맡으면서 대한축구협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정 의원을 대신해 그룹과 축구계 간 관계를 유지하다.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다시한번 '정유맨'으로 변신한 권 사장에게는 앞으로 할 일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조직 통합과 이질적인 기업문화의 융화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993년 현대그룹의 극동정유 인수, 1999년 한화에너지 인수, 2002년 IPIC로 경영권 교체 등의 부침을 겪으면서 인수 전 기업 출신과 공채 출신 등 크게 3부류가 섞여 있는 데다 10년간 IPIC 체제를 거치며 인사 등의 측면에선 외국계 문화가 스몄다. 경영권이 현대중공업으로 복귀되면 구조조정 등의 인수 후유증을 걱정하는 시각이 내부에 있는 게 사실이다.
권 사장도 이를 의식한 듯 "우선 조직 통합에 신경을 쓰는 한편 가능하면 현대중공업에서도 최소 인원을 데려갈 것"이라며 당장의 구조조정 계회기 없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기존의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 등 계열사와의 유기적 협업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가 모색돼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현대오일뱅크의 새 사령탑이 된 권 사장이 10년 이상 외국기업 문화가 깃든 현대오일뱅크에 현대중공업의 기업문화를 접목하는 한편 '조직통합'과 '시너지 창출'이란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