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전문경영인 체제 1년만에 마감

입력 2010-07-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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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끌던 박찬법 그룹 회장이 30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전문경영인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실험도 1년만에 마감됐다.

박삼구·찬구 형제의 동반 퇴진으로 금호아시아나의 새로운 수장을 맡았던 박 회장은 1년간 주력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신청 등 그룹 현안 해결에 주력하면서 무난하게 그룹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이에 형제간의 갈등을 뒤로한 채 '오너일가 퇴진,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이란 새로운 실험을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1년을 되짚어봤다.

박삼구·찬구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박삼구 당시 그룹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회장을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전격 해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사회에는 박삼구·박찬구 회장과 기옥 사장, 사외이사 4명 등 7명이 참석했다. 박찬구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표이사 해임이 의결됐다. 박삼구 회장은 동생 퇴진의 책임을 지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

당시 대표이사 해임의 주된 이유는 박찬구 회장이 형제간 합의 없이 박삼구·박찬구 회장 및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이 각각 10.1%씩 보유하던 3각 황금비율을 깼다는 것. 박삼구 회장은 동생의 이 같은 돌출행동을 강도 높게 질타한 뒤 '해임'이란 강수를 꺼내 들었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의 난'을 계기로 25년간 이어온 형제경영 시대를 마감하고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위기의 금호'를 맡은 인물이 박찬법 회장이다. 특히 전문경영인이지만 무게감도 크다는 평가였다. 박찬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만 45년을 몸담은 정통 금호맨으로 오너 일가의 신임이 매우 깊었다.

IMF 외환위기 때 박삼구 당시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박찬법 부사장이 손발을 맞춰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벗어나 주목받기도 했다. 힘든 시기를 함께해 둘은 찰떡궁합으로 비유됐다.

사원으로 시작해 그룹 회장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전력으로 임직원들로부터도 신망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어느 모로 보나 내부 분열을 수습할 구원투수로는 제격이라는 평가다.

이후 박찬법 회장은 베트남 현장을 직접 챙기는 활발한 해외 경영 행보는 물론 금호그룹의 유동성 해소 작업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등 전문경영인으로써 당찬 행보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기옥 전 금호석유화학 사장을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으로 옮기고 18명이던 사장단을 11명으로 축소시키는 등 큰 폭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박찬구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금호석유화학에 국한됐지만 오너의 복귀로 계열사별 경영정상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사실상 그룹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회장직에 대한 의미가 상당부분 퇴색한 것이다.

실제로 박찬법 회장의 역할이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평가다. 특히 박찬법 회장을 최일선에서 보좌하던 기옥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이 지난 20일 금호산업 사장으로 선임, 자리를 옮기면서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그 뒤 10일만에 전격적으로 박찬법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박찬법 회장의 사의로 '오너일가 퇴진,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이라는 금호그룹의 새로운 실험은 1년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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