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형' 남 부회장, 휴대폰등 실적 악화 ...'공격형' 차 대표, 사업영역 확대로 성장 이끌어
LG그룹 계열사의 남용(사진 왼쪽)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차석용(오른쪽) LG생활건강 대표가 상반되는 경영스타일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생건은 지난 2007년 코카콜라음료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다이아몬드 샘물 인수, 글로벌 유업체인 다논과의 전략적 제휴를 잇따라 성사시키는 등 음료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화장품업체인 페이스샵을 인수하는 등 차 대표의 공격적인 경영방식으로 LG생건은 지난해 매출 1조5251억원,영업이익 19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5년 차 대표가 LG생건 대표로 취임한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 평균 각각 16%, 34%씩 성장했으며, 주가도 30만원을 돌파하는 등 고속 성장을 기록중이다.
이 같은 성과를 뒷받침하듯 차 대표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한번 LG생건 대표이사로 재선임되며 경영 3기 시대를 활짝 열었다.
차 대표는 경영 3기인 올해부터는 '화장품ㆍ생활용품ㆍ음료사업' 등 주요 사업군의 매출 균형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사업군의 매출 균형을 통해 일부 사업이 부진에 빠지더라도 다른 사업부문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어 결국 회사 전체가 흔들림이 최소화 된 경영을 이뤄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반해 그룹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남용 부회장의 경영방식은 '수비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지난 2007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그가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불필요한 비용 절감.
남 부회장은 각종 방법으로 2조원이 넘는 비용 절감을 통해 경영 1기 시절 연이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같은 비용절감 효과와 사상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남 부회장도 올해 주총에서 대표이사에 재선임되는 등 그룹 고위경영진의 신뢰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자업종의 특성상 당장의 성과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연구개발 등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 장기적인 성과 창출을 이뤄야 하지만 남 부회장의 경영 1기에는 그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전자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매년 매출액의 8~9%를 R&D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LG전자는 5% 이하의 R&D 비용을 투자해 제품 및 기술개발에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는 곧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가 업계를 선도하지 못하고, 후발주자로 선두업체들을 따라잡는 데에도 버거운 모습을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휴대전화 사업을 포함한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 부문은 LG전자 매출의 50% 가까이를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올 2분기에는 휴대전화사업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분기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 부회장의 경영 1기에는 대외경제 환경이 악화돼 국내 주요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매진하기는 했지만, 비용 절감과 함께 연구․개발(R&D)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휴대전화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R&D 투자가 이뤄졌다면,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매출은 그룹 전체 매출의 약 50%에 육박하고 있어 LG전자의 성패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구본무 LG 회장이 연이어 '긍정론'을 전파하면서 "조급해 하지말라"는 말이 남 부회장에게는 위안이 되고 있지만, 그룹의 주력계열사의 CEO로써 느끼는 부담감과 책임감의 무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스포츠 경기에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다"라며 "오히려 위기상황 속에서 공격적인 경영과 투자야말로 첨단기술이 집약되는 전자업종에서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