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톡톡 증권가] 증시 2000 바라보는 눈

코스피지수가 하반기 2000선까지 갈 수 있다는 주장이 증권가에서 솔솔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올 하반기 2000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더 많지만 대체적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증시 재평가로 하반기 증시와 내년 증시를 바라보는 눈은 긍정적이다.

지수 2000선 안착은 국내 증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2007년 잠깐 2000선 돌파를 했지만 안착에 실패한 씁쓸한 경험이 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저평가에서 재평가로 한 단계 성숙된 시장이 연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대세상승의 부푼 꿈을 안고 개인투자자들은 주식과 펀드 상품에 숫제 ‘집 팔아 주식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주식 열풍에 휩싸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0선 돌파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보기 전에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호전으로 다시 국내 증시에 2000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 투자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사 한 임원이 기자에게 올 하반기 증시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애널리스트들의 긍정적 시각을 모아 긍정적이지 않겠냐는 답변에 그는“기자라면 시장이 긍정적 목소리를 내더라도 부정적 시각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서 망치를 한 대 크게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 임원은“2007년 주가 2000시대를 바라보며 몰빵했던 투자자들이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봐 투자 여력을 다시 회복하는 데는 최소한 5년 이상이 필요하다”며“투자자들의 수급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은 국내증시가 향후 몇 년간은 부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대해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 귀띔했더니 너무 극단적이라는 평가라며 외면했다. 하지만 그동안 기자로서의 본분을 잊은 것이 아닌가라는 반성의 시간을 갖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모두가 옳다고 얘기할 때도 그를 수도 있다는 시각을 가질 수 있어야 객관적으로 진정한 시장을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간과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비관론자들이 거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어서 안타깝다. 한 때 비관론자로 대표됐던 김영익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비관론자의 견해를 단순히 지수 맞추기로 보기 보다는 그 논거에 대한 논리가 무엇인지를 봐야한다”며“시장이 올바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비관론자가 말하는 논리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으며 그 논리가 시장에 던져주는 의미는 크다”고 기자에게 말한 바 있다.

분명 국내증시는 정치적 상황과 북한 리스크, 높은 해외 의존도로 저평가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 경제성장의 속도를 본다면 국내증시는 2000선을 넘어 몇 년 안에 충분히 3000선을 돌파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 경계심을 줄 수 있는 비관론자들이 자리 잡고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단순히 지수 맞추기를 보지 말고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비관론자의 논리적 근거에 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국내 증시는 2000을 넘어 1만시대가 도래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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