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출범후 7년간 경영 전념… '불혹' 앞두고 공격경영 선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하면서 그룹경영에만 전념했던 정 회장이 처음으로 그룹의 미래 비전을 밝히는등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정 회장 매년 창립기념식을 개최하긴 했지만 직접 그룹의 미래를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다른 그룹들과 달리 후계작업이 일찍 마무리됐다. 정 회장은 2003년 1월 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07년 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회장 취임은 늦었지만 사실상 2003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다른 후계자들과 달리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아직은 나이가 어리고 경영수업이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정 회장은 1972년생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1968년생),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968년생)등이 비해 나이가 다섯살 어리고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1955년생)에 비해서는 17살이 적다.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대외 활동에 나서라는 그룹 경영진들의 조언에도 이런 이유로 당분간 그룹 경영에만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도 "정 회장 스스로 40세 이전에는 경영수업과 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데에만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이날 비전 선포식에서 향후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임을 암시했다. 정 회장은 행사가 끝난 후 가진 포토타임에서 토끼인형 두개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촬영에 임했다.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지라는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금까지가 안정과 내실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그룹의 '성장'에 중심을 두겠다는 것. 이를 위해 정 회장은 백화점, 미디어, 식품등 기존 사업부문 확대는 물론 금융, 건설, 환경, 에너지등 신규업태에 대한 대형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신규투자를 위해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는등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신규상장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의 성장을 독려해 내부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체제 출범이후 '선안정 후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안정적 경영기반을 구축, 부채비율이 40대 그룹 중 최저 수준으로 좋아지는 등 성과를 냈다"며 "이런 성과가 정 회장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정 회장이 올해부터 대외활동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내년부터는 이번에 선포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만큼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