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선거]D-7 올레길 공약, 알고보니 ‘허당’

입력 2010-05-26 14:53수정 2010-05-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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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안 된 깜짝공약, 실현가능성 낮아

6.2지방선거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이 구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우후죽순으로 내놓은 ‘올레길’ 공약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동작구, 노원구, 중구, 종로구, 송파구 등 5개 자치구에 출마한 후보들이 너도나도 자연친화적인 올레길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예산계획이나 검증 없이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해 과대포장된 것이 대부분이어서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올레길은 걸어서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길로 인위적인 것이 아닌 가장 자연에 가까운 것이며 폭이 70cm 정도로 한 사람만 지날 수 있는 흙길이다. 서울에서 이 길을 조성하려면 녹지가 갖춰져 있어야 하고 도심일 경우 녹지조성, 시설설치, 구간연장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각 후보들은 소요 예산이 얼마인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정말 구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인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기존의 인위적인 산책로에 ‘올레길’이라는 이름만 단 경우도 있어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부 서울시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올레길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종로구 명륜동(왼쪽)과 종로3가 골목길 모습.(정아름 기자)

◇주먹구구식 ‘따라쟁이 공약’=종로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정창희 후보는 주제별 올레길을 20코스를 개선해 골목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 종로구청장이 시행한 계획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김충용 종로구청장이 지정한 곳과 모두 동일하고 원래 ‘고샅길’이라고 명명했던 것에 ‘올레길’만 추가한 것임에도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정확한 위치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해 주먹구구식에 불과함을 방증했다.

올레길 조성 예정지역에서 만난 상인 박모(43·여)씨 “그렇게 만들 돈이 어디 있나. 택도 없다”며 “후보들끼리 싸우지나 말라고 해라”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송파구의 경우 민주당 박병권 후보가 ‘역사문화관광벨트’ 구축과 함께 ‘송파올레’를 조성한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풍납토성에서 시작해 몽촌토성, 석촌동, 석촌호수까지 연결된 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볼거리와 먹을거리, 쇼핑까지 어우러져 기존 상점이나 재래시장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문제는 예산이 정책의 실질적인 집행을 보장하는 수단이어서 추계해보고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묻어나야 함에도 박 후보의 경우 예산에 대한 추정치가 없다는 점이다.

또 기존에 조성된 산책로를 연결만 하는 것이라고 밝혀 참신하지 않다. 왜 ‘올레길’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김일태 교수는 “올레길 인근에 상업화 시설까지 구비하는 것은 본연의 취지에 맞지 않고 개발한다고 하면 좋은 줄 아는 표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며 “지역 땅값을 높이고 선심성 시민 표를 노리는 인위적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탐방 조사 없는 ‘허울뿐인 공약’=노원구는 민주당 김성환 후보가 중랑천에서 불암산, 수락산을 가로 질러 잇는 ‘노원 올레길’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김성환 후보측 관계자는 “현 노원구청장이 조각공원 건설에만 30억 등 전시행정에 돈을 많이 썼다”며 “땅을 파 만드는 게 아닌 하천이나 산처럼 있는 그대로를 활용하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후보측도 예산에 대한 추계는 역시 없었으며 구체적인 위치나 조성방법에 대해 묻자 길은 그려져 있지만 정밀 탐사는 아직 못 해봤다고 털어놨다.

동작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민주당 문충실 후보 역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가장 제대로 된 호흡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동작 올레길’이라며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도상으로 보면 보라매공원에서 시작해 대방남 숲을 가로질러 노량진의 가로공원, 사육신공원을 지나 한강수변길을 끼고 현충원 공원까지 가장 방대한 올레길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공약을 발표한 다른 지역 후보들과는 달리 위성사진과 함께 총 11km, 도보로 2시간45분, 자전거로 45분 걸린다는 등의 정보가 구체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측은 이 수치가 포털 사이트 지도검색에 입력해 얻은 수치라고 답변했다. 또 어느 정도 투입을 해서 무엇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제시되지 못해 미흡했다.

중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이학봉 후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산 올레길’을 공약으로 내놨지만 예산 규모, 조감도 등 구체적인 내용이 뒷받침 되지 않아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나열식 공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남산 산책로로 접근이 용이 하지 않다”며 도심과 산책로를 잇는 300m~1km 올레길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현장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이 공약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해 정말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품게 하기 충분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처장은 "제주도에서 했다고 반드시 구민에게 필요한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며 "매니페스토는 약속이라고 풀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민과 소통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은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토론과정이 생략된 채 단기간 내 만들어 보여주기식으로 할 게 아니라 과연 그 길이 지역 주민의 행복과 공동체 발전을 위하는 것으로 적당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기초단체장 올레길 공약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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