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미분양ㆍPF대출ㆍ제살깎기 수주…3각 파고에 휘청
건설업 순위(시공능력평가액) 35위의 남양건설 법정관리 신청은 현재 건설업계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남양건설이 신용평가 A등급 업체였다는 사실로 B등급 업체는 물론 A등급 업체까지 건설사라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업계는 작년 연말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하고 있었다. 연쇄부도 공포로 인한 갖가지 설이 난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어려움에 직면한 원인에 대해 업계는 악성미분양을 꼽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현재 해결하지 못한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11만3000여 가구로 이 중 악성 미분양 물량은 공식 집계치만 4만9000여가구로 절반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미분양 중 소위 준공 후 미분양이라고 알려진 악성 미분양이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주택비중이 높고 미분양이 많은 주택전문 건설업체는 부도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에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약자들의 잔금 납부가 미뤄지고 심지어 계약 파기 상황까지 이르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설사는 유동성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대다수 건설사들은 공공공사를 제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묶이면서 자금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신용평가 A등급인 남양건설 역시 PF 잔액이 6000억으로 하루에 갚아 나가야 하는 대출금만 30억원에 달하면서 법정관리를 선택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리 건실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한달에 600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현재 중견 건설사 중 PF대출 규모가 적게는 3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달하는 기업들이 상당 수 존재한다. 이들 가운데는 부도설에 휩싸인 곳도 있다.
남양건설 다음으로 B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고 있는 이유도 9000억원에 달하는 PF 대출 때문이다.
업계에 떠도는 악성 루머일 가능성이 높다손 치더라도 PF대출 규모가 많다는 것은 자금부분에 심각한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
줄도산 위기감이 확산되기 이전부터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 왔다. 그 일환으로 건설사들은 현금 유동성의 악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악성 미분양을 털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대구 달서구에 준공후 미분양 물량을 갖고 있는 K건설은 계약자들에 한해 분양가격을 최고 1억원 가량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미분양 물량을 갖고 있는 H건설은 발코니 확장비용과 새시 무료는 물론 가격도 최고 20% 가량 할인하고 있다.
서울 도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분양중인 H사는 10%가량 할인해 주고 있으며 서초구 서초동에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는 G사도 미분양 물량을 최고 15%까지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경북 포항에서는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한 주택건설사는 25층짜리 8개동의 아파트를 짓는 가운데 1개
동(96가구)을 허물기까지 했다. 손해는 100억원이 넘는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조망권을 방해하는 동 배치 구조상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분양에 성공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미분양이 무섭다는 애기다.
악성 미분양 물량 말고도 건설사들을 괴롭히는 것은 또 있다.
공공사업물량 확보전쟁으로 인한 최저가 수주다. 아파트 분양사업으로 돈을 벌지 못한 건설사들이 너나할것없이 공공사업장으로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으로 공사가격을 깍아내리고 있는 것.
법정관리행을 택한 남양건설의 경우 최근 영산강 하굿둑 공사에 역대 최저 수준인 50.32%에 낙찰받았다. 다른 건설사들도 이에 앞서 작년 4대강 살리기 낙동강 27공구와 금강 5공구 역시 낙찰률이 각각 50.24%, 50.24%를 기록한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발주된 4대강 살리기(낙동강) 사업의 경우 25개 공구 가운데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된 16개 공구의 평균 낙찰가율은 59.4%로 집계됐다. 낙찰률이 59.4% 대라는 것은 적정공사를 할 수 있는 금액이 1000억원이라고 가정했을때 594억만을 가지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공사를 마치면 406억원의 손실이 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적을 쌓기위한 업체들의 무모한 수주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을 전혀 모르면서 하는 말이라고 항변한다.
"요즘같은 시기에 건설사들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토목공사밖에 없다. 회사는 운영해야지 돈 들어올곳은 없지, 이런 상황에서 토목공사마저 따지 못하면 회사 운영이 힘들기 때문에 가격을 후려치더라도 토목공사를 수주하려고 한다"며 "부도가 나느냐 마느냐는 상황에서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토목공사의 제살깍기 경쟁은 지금 당장 회사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종국에는 기업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된다.
H건설 자금부장인 A모씨는 "남양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는 공공공사 저가 수주가 몇년간 지속되면서 생겨난 손실을 주택사업으로 간신히 메꿔나가다가 불황으로 주택사업마저 여의치 않아 이번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같은 회사가 부지기수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