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구조조정으로 환골탈태...바이오·신약개발의 명품기업 꿈꾼다
슈넬생명과학은 지난 1960년에 설립돼 5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당시 서울시 서대문구에 세워진 건풍산업이 모체로, 1965년 건풍제약으로 상호를 바꾼 뒤 반월공업단지에 공장을 설립해 주사제, 수액제, 시럽제 및 내용 고형제를 생산해 제약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2001년 터진 약화사고로 대표이사와 품질관리 책임자가 구속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해 주요 경영진이 빠진 상황에서 자금 부족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수 차례 대주주가 바뀌는 홍역을 치뤘고, 슈넬제약으로 사명이 다시 변경된 후 급기야는 대표이사가 회사자금을 횡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러나 슈넬제약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2008년 3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현재의 경영진은 인수 직후 과거 경영진의 잘못으로 인해 나태해진 조직을 추스르고, 경쟁력 없는 임직원들을 퇴출시키는 대신, 유능한 직원들을 새로 영입해 새로운 모습의 슈넬제약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인수 후 과거 '미야리산 아이지'로 유명한 청계제약을 제넥셀세인과 공동으로 2008년 7월 인수한 슈넬제약은 이듬해인 2009년 1월 현재의 이천수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 후 그해 10월 주주총회에서 슈넬생명과학으로 상호를 변경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천수 대표는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모든 임직원을 면담해 자신을 믿고 따라와 달라고 설득했으며, 이런 설득작업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직원들은 과감하게 퇴출시켰다"면서 "옥석을 가리는 차원에서 진행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해 과거 무사안일주의에 젖어 회사에 피해를 입히던 전체 인력의 50% 가량이 물갈이 됐다"고 말했다.
슈넬생명과학은 제품 품질개선에도 큰 공을 들였다. 기존 공장장 대신 새로운 공장장을 영입하는 한편 품질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간 본사에서 진행하던 구매업무를 공장장 직속 체제로 개편했다. 본사에서 계속 구매업무를 진행할 경우 공장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차질을 빚는 데다 원가절감 등을 이유로 가급적 저렴한 원재료를 구매해 품질이 나빠졌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천수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공장장에게 가격불문하고 최고의 원료를 사용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더 이상 본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공장은 생산과 품질관리 개선에 나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품질문제는 발생하지 않게 됐다.
영업사원 영입, 품질개선과 함께 유통망에 대한 정리도 슈넬생명과학의 구조조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나태한 영업사원들로 인해 미수잔고 파악이 거의 되지 않았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철저한 미수잔고 파악에 나서 부실 거래처는 모두 정리하고 우량 거래처만 남겨뒀다.
아울러 기존 슈넬생명과학의 공장을 매각해 부채를 갚는 한편, 개발이 진행 중이던 약품도 20% 가량 수익성 위주의 제품군으로만 라인업을 갖췄다. 슈넬생명과학은 앞으로도 현재 100명 수준인 영업인력을 130명까지 늘려 적정 매출 규모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불량 거래처를 정리하고 미수 잔고를 정밀하게 재조사해 부실한 도매상도 정리하면서 영업사원 1인당 월 매출액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이로 인해 2008년 10월까지 월 매출이 20억원대에 머물던 슈넬생명과학은 1인당 생산성 향상과 노련한 영업직원들의 지속적인 영입으로 지난해 7월 월 매출이 처음으로 40억원을 돌파했으며 올해 1월에는 5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405억원의 매출로 2008년 대비 138% 성장한 슈넬생명과학은 올해도 기존의 제품과 함께 태반주사제, 여성갱년기질환치료제, 관절염치료제 등을 외국 유명 제약사로부터 들여와 매출성장세를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결산 시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으나 전 경영진의 투자실패, 자회사 지분법 평가 손실 처리에 따라 -80억원을 기록한 당기순손실도 올 회계연도에는 반드시 흑자로 전화시킨다는 목표다.
슈넬생명과학은 구조조정 성과를 바탕으로 제네릭(화학의약품의 복제약) 제약사가 아닌 바이오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청계제약 인수에 이어 2009년 11월 100% 슈넬생명과학의 자회사로 편입된 에이프로젠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단백질, 항체신약 개발에 뛰어든 기업이다. 지난 2000년 4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KAIST 교수 2명에 의해 설립된 에이프로젠은 현재까지 3~4개의 바이오시밀러와 치료제를 개발해 타사에 기술이전을 한 바 있으며 현재는 바이오시밀러와 신약개발을 동시에 진행 중에 있다.
슈넬생명과학은 청계제약을 비롯한 제약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수익을 에이프로젠의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하는 동시에 에이프로젠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의 국내 및 해외 사업권을 양수 받음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에이프로젠으로부터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사업권을 넘겨받은 슈넬생명과학은 11월 바이오시밀러 GMP 시설 착공에 들어가 12월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와 임상시험을 위한 대행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 중 임상 1상에 돌입할 예정으로 국내 업체 중에서는 가장 빠른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다. 슈넬생명과학은 레미케이드에 이어 올해 1월 혈액암 치료제인 리툭산의 사업권도 에이프로젠으로부터 양수했다.
에이프로젠은 현재 레미케이드, 리툭산 외에도 엔브렐, 허셉틴, 아라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도 개발 중에 있는데 이들 5가지 의약품은 모두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약 4조원에서 7조원 어치가 팔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란 설명이다.
이렇듯 슈넬생명과학과 에이프로젠에서 개발 및 사업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는 최근 삼성전자가 진출을 선언해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로 올해 전세계 시장 규모가 14조원, 2020년에는 무려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슈넬생명과학이 이처럼 신규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자체적인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사명을 슈넬제약에서 '슈넬생명과학'으로 바꾼 것도 더 이상 한계에 봉착한 제네릭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신약을 개발해 기업의 성장세를 이어나가 인류의 건강과 풍요로운 삶에 기여하자는 것이었다.
경영권 인수 후 과거 슈넬제약의 인력과 조직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에이프로젠은 오히려 지분을 늘려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 데서도 이 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슈넬생명과학이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는 에이프로젠은 국내 최초 항체 치료제 개발이라는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현재 새로운 작용기전을 갖는 대머리 및 족부궤양 치료제와 위암 및 대장암 치료제 단백질 신약을 개발 중에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이러한 신약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단백질, 항체 관련 기술력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회사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 슈넬생명과학과 에이프로젠의 설명이다. 한편 에이프로젠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호언 박사는 단백질 및 항체 공학 부문, 윤성관 이사는 배양공정 부문, 이승주 이사는 정제공정 부문, 전춘주 전무는 임상진행 부문에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