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은 이미 주식에서 채권으로 갈아탔다"

입력 2009-10-29 14:17수정 2009-10-29 14:28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증시 이탈한 투자자금..줄줄이 고금리 회사채行

코스피지수 1600선 붕괴, 외국인 증시자금 이탈, 원유 및 상품가격 강세, 달러화 강세 반전 등 최근 금융시장 랠리를 지속했던 일련의 지표 흐름이 반대로 흐르며 조정 국면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국내외 경제지표 개선과 기업 실적 모멘텀 등 기존 금융시장 랠리를 뒷받침했던 재료들의 약발이 다했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 속 추세 반전의 신호탄이 속속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2% 이상 급락세를 연출하면서 그간 지지선으로 평가받던 60일 이평선을 하향 이탈함에 따라 조정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정 국면을 일찌감치 예견(?)했던 것일까. 일부 발빠른 투자 고수들은 이미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금을 빼내 고금리 회사채로 갈아탄 것으로 확인됐다.

고금리 회사채 시장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고 실제 해당 회사채로 시중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성공적인 발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최근 저축은행 후순위채 발행에 자금이 몰리며 성공적인 발행이 이뤄진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 9월 솔로몬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발행을 시작으로 제일ㆍ진흥저축은행 등의 발행이 줄을 이었다.

발행금리가 8.5%대로 은행 후순위채 및 여타 우량 회사채에 비해 금리가 높아 투자가치가 있다는 점은 있지만 저축은행 후순위채가 통상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고금리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는 저축은행 후순위채에서 그치지 않았다. 주식시장의 경우 남광토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청약 공모에도 상당한 자금이 몰리며 최근 고금리 상품에 대한 투자 심리를 반영했다.

남광토건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1000억원 규모의 BW 발행에 총 1조3938억원이 몰리며 13.9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역시 시중 신용평가사로부터 'BBB-(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은 남광토건이 정상적인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약 열기는 예상을 뛰어 넘는 열기다.

신용평가사들은 이에 투자자들이 남광토건 신주 인수권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해 BW 청약에 몰린 것으로 보이나 현재 고금리 채권에 일부 과열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고금리 상품에 대한 투자 심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로 풀이된다.

저금리 하에서 낮은 은행예금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금들이 만족할 만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재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대부분의 고금리 채권 투자가 소매 채널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고금리 채권 투자 자금은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온 대체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과거의 예를 볼 때 부실 발생에 가장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BBB-급 이하 채권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무리한 투자는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이뤄지는 경향이 매우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신용평가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 역시 "이들 발행 기관의 향후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신용 위험이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이러한 투자 열기에 대한 주의 환기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