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코스피시장이 모멘텀 부재로 사흘 만에 하락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20일)는 9월 주택착공·착공허가 등의 부진한 주택지표들이 캐터필라·애플 등의 기업실적 호재를 반감시키며 경기 불안감에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0.50% 하락했으나 1만선은 지켰고,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 모두 0.6%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화가 반등했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후 79달러대로 되밀렸다.
뉴욕 증시 조정 여파로 9.34p(0.56%) 내린 1649.81p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개장 초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반짝 반등을 시현하기도 했으나 후속 매수세가 유입되지 못하면서 약세로 돌아선뒤 좁은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일대비 5.29p(0.32%) 내린 1653.86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214억원을 순매수하며 7거래일 연속 '사자' 스탠스를 고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825억원, 421억원 매도우위로 대응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으로 환율이 하루 만에 급등하며 1180선에 바짝 다가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10원 오른 1179.00원으로 마감했다.
안전자산 선호도 강화로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이 동반 하락했으나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상해종합지수가 0.45% 내린 것을 비롯해 닛케이지수(-0.03%), 항셍지수(-0.30%), 가권지수(-0.67%), 싱가포르지수(-0.68%) 등이 줄줄이 약세로 마감했다.
실적호전株 강세..신종플루株↑
환율 불안과 함께 시장에 이렇다할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늦가을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신종플루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관련주들에 매기가 쏠리며 신종플루 테마주들이 초강세를 연출했다.
녹십자가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 및 생산한 신종플루 예방 백신 '그린플루-에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최종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에 7.92% 급등한 것을 비롯해 고려제약, 명문제약, 중앙바이오텍, 중앙백신, 파루, 오공, 케이피엠테크, 지코앤루티즈 등이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밖에 팜스웰바이오(12.03%), 웰크론(9.43%), 바이오니아(9.29%), 씨티씨바이오(8.33%), 국제약품(7.19%), 제일바이오(4.00%), LG생명과학(3.78%), 오리엔트바이오(3.28%), 에스디(3.24%), 한국콜마(2.89%), 일양약품(1.79%) 등의 신종플루 관련주/제약주들이 대거 급등했다.
환율이 급등했음에도 대표 수출주 삼성전자가 기관의 연일 계속되는 매도공세에 2.26%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하이닉스(-2.52%), 삼성SDI(-3.86%), 삼성전기(-0.21%) 등의 대형 IT주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 실적주들은 선전했다. LG전자가 3분기 역대 '최고' 영업이익 달성 소식에 1.69% 올랐고 긍정적인 실적 평가를 받은 현대차(4.23%)와 POSCO(0.92%)가 오름세를 탔다.
코스피 업종별로는 신종플루 테마 영향으로 의약품업종이 1.04% 올랐고 자동차주 중심의 운수장비(0.98%), 건설(0.75%), 철강금속(0.56%)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전기전자(-1.60%)와 운수창고(-1.21%), 증권(-1.00%), 기계(-0.88%), 통신(-0.43%) 등 대부분 업종이 부진했다.
기타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엔씨소프트가 북미·유럽시장에서의 '아이온' 패키지 판매 호조 소식에 5.71% 급등했고, 제일모직(3.70%), 쌍끌이 매수세가 유입된 현대건설(2.53%), 진로(2.21%), 현대백화점(2.17%), 대림산업(2.04%), 기아차(1.81%), 삼성카드(1.74%) 등이 오름세를 탔다.
협력부품업체들의 회생계획안 승인 결정을 앞둔 쌍용차가 5.14% 급등했고, 사돈효과로 급등락했던 보락(10.79%)이 반발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모처럼 급등했다.
한편 LS가 증권사의 투자의견 하향 부담으로 5.61% 급락했고 효성(-4.18%), 대한항공(-3.69%) 등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개인들의 매도공세(-208억원)로 0.22% 하락했다.
대장주 서울반도체가 쌍끌이 매수를 등에 업고 5.94% 급등하며 지수를 방어했고 메가스터디(1.91%), 동서(0.29%), CJ오쇼핑(0.12%), 네오위즈게임즈(0.53%) 등이 선전했다.
반면 셀트리온(-1.57%)과 SK브로드밴드(-0.39%), 태웅(-2.51%), 소디프신소재(-3.48%), 태광(-1.63%), 성광벤드(-1.33%) 등 대부분의 시총상위주들이 하락했다.
기업설명회가 시작된 웹젠이 6.79% 급등했고 STS반도체(6.26%), 다날(4.90%), 피앤텔(4.42%), 매일유업(3.68%), 평화정공(3.65%) 등이 약세장에서 돋보였다.
서울반도체의 기여로 코스닥지수의 하락폭은 제한적이었으나,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하락종목수(548)는 상승종목수(367개)를 크게 압도했다.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1조7천504억원을 기록, 지난달 28일 이후 2조원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론 부각..박스권 장세 지속
뉴욕증시가 연이은 상승으로 피로를 느끼는 가운데, 어닝시즌 주요기업들의 실적내용을 곱씹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美 캐터필라의 3분기 순이익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전년 동기대비 이익규모는 반토막(53% 감소)이 났다. 코카콜라, 듀퐁 등의 실적 개선은 비용절감에 기인한 것일뿐 소비와 직결되는 매출은 오히려 위축됐다.
실제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실적을 이미 발표한 130개 S&P500 기업들의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평균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기업실적 호전'의 경우 기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것이지 절대실적 자체가 좋은게 아니라는 점, 따라서 어닝모멘텀을 소비 회복 및 경기 회복으로 연결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 주택시장의 회복 기대감 약화는 경기회복 지연 우려를 낳고 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발표한 10월 주택건설업체 체감경기지수(HNI)가 예상치를 하회한데 이어 9월 주택착공·착공허가 지표까지 기대치를 하회했다.
미국 정부가 주택거래를 늘리기 위해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해 8000달러의 세금공제를 지원했던 지원책이 11월말 종료될 예정이라 연이은 주택지표의 부진은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시장에 적지않은 부담을 주는 분위기다.
물론 주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지원 프로그램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으나 과거 주택지표의 개선이 부양책 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개선에 불과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게 됐다.
고공행진을 펼치던 국제유가는 80달러선에서 저항을 받는 모습이 역력하다. 빠른 시일내에 80달러선에 안착하지 못할 경우 경기 불안감을 부추길 여지가 있다.
적은 거래로 20일선을 넘나드는 등 코스피시장은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박스권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0월초 시가인 1680선을 현재 밑돌고 있다.
증시가 최근의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정체를 빚으면서 일목균형표상 후행스팬의 역전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박스권 장세 연장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단기간 과도하게 주가가 오를 경우에는 일정수준 차익실현을 검토하고, 새로운 악재가 없는 상태에서 급락시에는 담대하게 시장에 대응하는 박스권 매매전략이 유효하다.
업종을 불문하고 외국인/기관 선호 실적개선주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수출주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건설, 금융, 제약 등의 내수주들에 대한 관심이 유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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