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통합 전망…경기 변화로 속도 낼 듯
"남도 아닌데,통합해 경쟁력을 제고 할까요"
삼성과 LG그룹 내부에서 계열사간 중복사업 일원화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테크윈간에 보안영상사업(CCTV)이 한 곳으로 통합되고,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가 협력하고 있는 LCD 모듈사업이 합쳐진다는 내용이다.
올해 초에도 제기됐던 중복사업 이슈가 최근 되살아난 것은 4분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삼성과 LG 모두 연내에 중복사업 조정을 마무리하고 가지 않겠냐는 관측이 배경이다.
근거로 통합이 가져 올 시너지 효과가 가장 먼저 언급되고, 전자업황 회복세에 주마가편(走馬加鞭)식 방편으로 사업조정을 서두를 필요성이 뒤따른다.
해당 기업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삼성전자는 "알 수 없다"고 했고, 삼성테크윈도 "확인 된 것이 없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각기 7일 조회공시에서 'LCD모듈사업부문 양수'와 관련해 'LCD모듈 사업조정'에 대해 검토중이나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CCTV 사업이 삼성테크윈으로 일원화되면 내년 영업이익이 23.7% 추가 증가한다"고 앞지른 분석을 내놓았다.
박 연구원은 "CCTV는 삼성전자, 삼성테크윈 둘 다 잘하고 있지만 전자 안으로 들어오면 작은 사업부로 묻히는 반면 테크윈은 주력사업 중 하나인데다 렌즈 사업도 영위하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 테크윈이 (CCTV사업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삼성테크윈의 CCTV 매출은 3044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영업이익률은 20.7%로 테크윈 사업부문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CCTV사업부문에서 연간 3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증권 이민희 수석연구원은 "CCTV사업에서 삼성테크윈의 수익성이 삼성전자에 비해 2배쯤 낫다"면서 "부품내재화 등이 잘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삼성테크윈이 CCTV사업을 전자에서 양수 받는다는데 판돈을 건 셈이다.
LCD 모듈사업은 LG디스플레이로 양도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LCD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LG이노텍이 방광다이오드(LED) 사업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하는 만큼 그룹차원의 교통정리 방향은 윤곽이 섰다는 분석이다.
결정시기만이 남은 상황에서 걸림돌은 사업 양수ㆍ양도에 따른 '댓가'의 크기이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하나 CCTV사업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현재 이익이 나고, 향후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사업부문이다. 양도하기가 쉽지 않다.
LG이노텍은 아쉬움이 더 크다. LG이노텍은 LCD 모듈사업에서 5000여억원의 매출(2008년도)을 올렸다. LG마이크론과의 합병 이전까지 주력사업이었다
계열사 사이라도 해도 양도ㆍ양수의 진행에 앞서 사업부문의 가치를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시장의 관측대로 연내 타결이 될 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다만 삼성과 LG그룹 모두 중복사업 조정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기조를 지속하고 있고, 세계경제의 회복세 속에서 내년에는 부문별로 해외 경쟁업체와의 사업다툼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룹내 사업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의외로 신속한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