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과 집단분쟁조정절차 진행 및 제약사 600억원 기부금 수령 재조사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수도권 소재 8개 대형종합병원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 환자들에게 선택진료비를 부당 징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0억4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치대상과 과징금 액수는 서울아산병원(5억), 신촌세브란스병원(5억), 삼성서울병원(4억8000만원), 서울대병원(4억8000만원), 가천길병원(3억원), 여의도성모병원(2억7000만원), 수원아주대병원(2억7000만원), 고대안암병원(2억4000만원) 등 8개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산하 한국소비자원과 연계해 집단분쟁조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우선 8개 병원 모두가 위반한 선택진료비 부당징수와 관련한 사항이다.
이들 병원은 주진료과의 선택진료 신청 환자에게 진료지원과의 선택진료를 자동 적용할 수 있도록 약정하거나 아무런 약정없이 진료지원과에 선택진료를 적용하고 환자에게 비용을 징수했다.
진료지원과에 대한 선택진료 임의 적용행위는 병원들이 사실상 환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진료지원과에 선택진료를 시행한 것으로 일반진료에 비해 최소 25%에서 최대 100%에 해당하는 이득을 부당하게 취한 것이라고 공정위는 결론지었다.
또한 이들 병원은 비적격자를 통한 선택진료도 수행했다.
의료법상 선택진료 자격이 없는 의사 등 비적격자의 진료에 대해 선택진료비를 징수했다. 임상강사, 전임강사, 임상조교수 등 선택진료 법정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의사를 통해서나 병원이 지정하지 않은 의사를 통해서 또는 선택진료 자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국외연수로 실제 진료가 불가능한 의사를 지정해 선택진료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서울병원과 수원아주대병원은 법정 환자부담 외 치료재료비 추가 징수 행위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두 병원은 별도 비용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비용을 진료비에 포함시켜 공단이나 환자로부터 받게 되어 있는 치료재료에 대해, 진료비와 별개로 환자에게 중복적으로 치료재료비 징수했다.
공정위는 선택진료비와 치료재료비 부당 징수행위는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중 불이익제공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형종합병원은 환자와 의사간 정보의 비대칭성, 환자의 병원·의사 선택여지 제약 등의 특성으로 환자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고 이들 병원은 이러한 지위를 남용해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환자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관계법령에 어긋나는 비용을 부담시킨 것은 부당 행위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이밖에 공정위는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7개 대형종합병원이 직접 또는 자신들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학, 재단 등을 통해 제약회사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요청해 수령한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재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7개 병원은 제약사 등에 강제적으로 총 600여억원의 기부금을 수령했다는 혐의가 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리베이트는 의사 또는 의국에 대해 처방 약정금액의 일정비율로 현금 제공되거나 학회에 참석하는 의사 개인에 대한 지원 등의 형태로 이루어지므로 처방증대라는 대가성이 직접적이다.
기부금은 개별 진료과나 의사의 특정없이 병원(또는 대학)에 거액의 규모로 제공되어 관련 병원과의 포괄적인 거래관계유지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대가성이 간접적이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특히 학생회관이나 병원연수원 등 건물건립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제약사 등으로부터 대규모로 수령한 기부금은 그 순수성이 약해 보인다는 게 공정위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가톨릭학원의 경우 서울성모병원과 성의회관 신축 등을 위해 229억원 수령했다. 공정위는 건축비를 약 2000억원 안팎으로 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신촌세브란스 병원연수원 부지매입과 영동세브란스 병원 증축 경비 등 명목으로 163억원을 받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병원연수원 부지매입 등을 위해 32억원을 수령했다. 대우학원(수원아주대병원)의 경우 의과대학 교육연구동 건립 등을 위해 20억원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고대의료원, 가천길병원 등은 주로 학술연구 등을 위해 기부금 수령해 왔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선택진료비와 치료재료비 부당징수에 대해서는 보건복지가족부에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여부 검토 처리 요청했다. 선택진료비 부당 징수와 관련된 소비자의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집단분쟁조정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정위 한철수 전 시장감시국장(현 소비자정책국장)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집단분쟁조정 절차 진행이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도 금번 8개 병원에 대한 조치는 의미가 있다"며 "10월 5일부터 피해 소비자들은 8개 병원들의 선택진료비 부당 징수와 관련된 민원을 소비자원에 접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국장은 "현재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선택진료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중에 있는 만큼, 환자의 선택진료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선택진료신청서 양식 개선방안을 강구해 복지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조사대상 기간은 2005년 1월부터 2008년 6월까지 3년 6개월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