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닷컴 대표, 공모주 청약자에 구권 양도 논란

입력 2009-09-28 10:50수정 2009-09-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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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드문 사례로 판단하기 어려워"…피해자 "엄 대표, 문자로 M&A 추진중"

여행 취소 미환불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여행사닷컴 대표가 지난 달 진행한 상장예정 주식공모에서 주식청약을 실패하고도 청약자들에게 이 사실을 숨긴 채 기존 주식(구권)을 양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도된 주식들은 이 회사 대주주인 엄기원 대표 개인소유의 주식인 것으로 주식공모에 실패하자 자금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이를 속이고 개인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약자들은 여행사닷컴의 주주가 된 셈이지만 이 회사의 부도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주주'에서 '피해자'로 전락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28일 여행사닷컴 주식공모에 청약한 청약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여행사닷컴 엄기원 대표측은 주식공모가 끝난 후 청약이 잘 이루어졌다며 주식을 발행했지만, 청약자들이 받은 주식은 여행사닷컴 신주권이 아닌 엄기원 대표이사 개인이 보유한 주식으로 주식양수도계약서까지 체결하고 실제로 청약자의 증권사 계좌로 주식을 입금받았다.

◆ "상장후 신권으로 교체해 주겠다"

직장인인 K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행사닷컴 주식 4500주를 청약하고 증거금 1350만원을 여행사닷컴 개좌로 송금했는데 약간의 사정이 생겨서 주식발행이 미뤄지고 있다며 대신 기존 주식으로 대체해 주겠다고 해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B씨는 "여행사닷컴측에서 문제가 있어 신주 발행이 조금 늦춰지게 됐지만 대신 회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나눠준후 내년 초 상장을 하면 신주로 교체해 주겠다고 해 의심없이 그 말에 따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두명 모두 지난 달 청약과 관련해서는 정상적으로 잘 이뤄졌다는 말만 들었을 뿐 청약에 실패했다거나 신주발행이 늦춰지는 이유 등에 대해서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여행사닷컴측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하 공모결과 보고서에서도 공모기간 동안 청약율 0%로 신고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총괄팀 관계자는 "여행사닷컴이 비상장회사이어서 금감원이 감시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 언급할 말이 없다"면서도 "이런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에 민사소송 등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고 말했다.

기업공시제도팀 관계자도 "금감원으로서는 회사측의 보고서만을 놓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청약자들이 있고 청약을 받았다면 다른 약정을 하고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행사닷컴 한 관계자들은 주식공모 부분에 대해서는 엄기원 대표만 알 뿐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 대부분 주식초보, 이미지만 믿고 청약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번에 주식을 청약한 대부분은 주식 초보자들이지만 한번 이상 여행사닷컴을 이용한 경험이 있던 회원들이었다.

특히 이들은 여행사닷컴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고 젠틀한 이미지의 엄기원 대표에 대한 신뢰에 근거해 이번 공모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K씨는 "여행사닷컴 관련 악성루머가 터지고 나서 어렵게 청약자들을 찾아내 대화를 해본 결과 대부분이 초보자들이었다"며 "소액으로도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대부분 아무 생각없이 투자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B씨는 "주식공모에 응했지만 이번이 주식투자가 처음이었다"며 "공모 소식을 듣고 알아보니 엄기원 사장이 TV에도 자주 나오고 괜찮은 것 같아서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얼마전 엄기원 대표에게 항의문자를 보냈더니 회사가 어려워 M&A를 추진중인데 10월말까지 잘 안되면 11월 초에 돈을 돌려주겠다는 답장이 왔다"며 "어떻게 회사 상황이 나쁜데도 주식을 공모할 수 있는지 분통이 터진다" 고 전했다.

결국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없이 겉으로 드러나는 회사나 대표의 이미지만 밑고 투자를 했다 낭패를 볼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 증권 전문가는 "상장회사 주식의 경우 회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있지만 비상장 회사가 망하면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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