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리송한 정부의 기름값 인하 정책

입력 2009-09-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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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물가대책 회의에서 기름값 문제를 지적한 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름값이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안보이자 정부가 저렴한 외국산 휘발유를 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미 대형 마트 주유소와 정유사 공급가격공개 등의 정책도 이러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석유산업 경쟁정책 보고서'도 정유사의 과점적 구조 등 경쟁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충분히 맞는 말이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논의되고 있는 품질기준 완화해 저렴한 외국산 휘발유를 수입하는 방안이나 유통단계별 석유제품 공급가격 공개 등의 정책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정책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지만 국가기관의 정부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현실적으로 해외 정유업체는 수십 개에 달하지만 가격 경쟁력과 품질기준 등으로 인해 실제 국내에 수입되는 휘발유는 없다. 2000년대 초반 타이거오일 등 몇 개 수입사가 국내 시장에 뛰어 들었으나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국내 정유사와의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됐으며 지난 2005년 5월엔 석유수입사들의 대표단체인 한국석유수출입협회가 문을 닫기도 했다.

특히 일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석유수입사들도 정유사로 부터 직접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시장에 제품을 유통시키는 '석유대리점'으로 전락한지 오래됐다.

또 가격은 저렴하지만 국내 품질기준에 미달돼 외국산 휘발유를 수입하지 못했다. 국내 휘발유의 황 함유량 기준은 10ppm.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한국과 같은 10ppm이며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30ppm이다.

따라서 정부의 입맛에 맞는 조건을 충족하려면 중국산 휘발유가 수입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지역의 경우 품질이 낮아져 가격이 저렴해지더라도 거리가 멀어 운송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산 휘발유를 기준으로 법령을 완화하려면 현재 10ppm인 휘발유의 황 하유량 기준을 5배인 50ppm까지 확대해야 한다.

자동차 연료의 황 함유량이 높을수록 환경오염 물질 배출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2년 이상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주무부처인 환경부와의 협의도 거치지 않은데다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또 그동안 정유업계가 정부의 정책 기준에 맞춰 추진한 탈유황 시설 고급화 등 대규모 투자도 공중에 날리게 되는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8ppm 수준의 탈유황 시설을 갖춰 왔다.

정부가 아리송한 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진정 기름값을 인하할 의지가 있다면 근본적인 원인인 높은 세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 가격의 52%를 교통세·주행세 등 각종 세금으로 징수하면서 당장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 다른 정책을 잇따라 내놓아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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