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75%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 현재까지 백신 없어

국내 보건당국이 말레이시아,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고위험 전염병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Nipah Virus)’이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2020년 1월 코로나19 이후 약 5년 만의 1급 감염병 신규 지정이다.
1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을 1급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안건이 최근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의결을 통과했다. 향후 관계 부처 협의와 행정 절차를 거쳐 7월 중 공식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니파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유래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전파된다. 고열과 두통 등 초기 증상 후 어지러움, 정신 혼란, 발작, 뇌염 등 신경계 이상 증상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 감염 24~48시간 내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 치사율은 최대 75%에 달하며, 현재까지 예방 백신은 없고 항바이러스제를 통한 대증 치료만 가능하다.
니파 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 지역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당시 100여 명이 사망했다. 이후 방글라데시, 인도 등지에서도 산발적 발생이 이어지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감염 사례가 없다.
바이러스는 주로 박쥐에서 돼지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되며, 박쥐 침이나 배설물로 오염된 과일이나 수액 섭취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의 대추야자나무 수액이 주요 감염 경로로 지목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 국제 이동 증가 등으로 인해 국내 유입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법정 감염병 지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을 보면 법정 감염병은 전파력과 치명률, 집단 발생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1급부터 4급까지로 나뉜다. 1급 감염병은 즉각적 방역 조치가 필요한 고위험 감염병으로, 현재 에볼라, 사스(SARS), 메르스(MERS), 탄저, 페스트 등 17종이 포함돼 있다. 니파 바이러스가 추가되면 1급 감염병은 총 18종으로 늘어난다.
1급 감염병으로 지정되면 의료진은 확진 즉시 방역 당국에 신고하고, 확진자는 격리 조치 대상이 된다.
당국은 특히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발생 지역을 방문한 후 고열, 두통, 정신 혼란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