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상장하더니…좀비ㆍ붕어빵 ETF ‘우수수’

180조 시장에도 상장폐지 ETF 3년간 급증세
운용사 과한 경쟁에 차별화 고민 부족해 외면

▲서울 여의도 증권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80조 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오히려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 ETF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한 경쟁 분위기로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폐지된 ETF는 9개로, 전년 동기(0개) 대비 크게 늘었다. 2022년 6개에서 2023년 14개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무려 51개를 기록했다. 이들 다수는 거래량 부진 등 시장 외면으로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일로부터 1년이 지난 ETF는 순자산이 50억 원 미만일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데 다음 반기 말까지 순자산이 50억 원을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모순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기준 상장된 ETF 수는 960개로 지난해 말(935개) 대비 25개 늘었다. 상장된 2020년 468개, 2021년 533개, 2022년 666개, 2023년 812개, 2024년 935개 순으로 급증했다. 순자산가치 총액도 3월 기준 185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173조5000억 원)과 비교하면 3개월새 7.1% 증가했다.

상장폐지 ETF가 많아진 것은 운용사들의 과도한 점유율 경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ETF 상품의 차별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서로 비슷한 상품을 우후죽순 상장하는 사례가 늘다 보니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ETF다. 키움자산운용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이후 신한·KB·한화·삼성액티브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들도 비슷한 상품 연달아 출시했다.

‘베끼기’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한국거래소의 상장지수 신상품 보호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지수상품(ETP) 신상품 보호 제도를 2019년 도입했다. ETF·상장지수증권(ETN)과 유사한 상품의 상장을 6개월간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ETP 신상품 보호제도는 지난해 2월 개편된 이후 1년이 넘도록 작동한 적이 없다.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제도 이용을 신청해야 하는데 개편 이후 아직 이를 이용한 운용사도 없다.

업계에서는 창의성이라는 정성평가 항목을 인정받기 어려워 제도가 있어도 이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창의성이라는 점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외에도 없는 ETF를 출시해야 하는데 아예 색다른 상품은 구조가 복잡할뿐더러 수요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TF 시장의 급성장에도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어 거래량이 적은 상품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는 상장폐지 되더라도 운용사들이 상품을 현금화해 지급할 수 있어 바로 금전 손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다만 상장폐지까지 투자금이 묶일 수 있다”며 “비슷해 보이는 ETF라도 거래량과 순자산이 적은 상품에 대한 투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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