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재계, M&A시장서 정면충돌 하나

입력 2009-07-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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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법 통과로 M&A 전쟁 본격화..."손해볼 순 없다"

금융지주회사법 통과로 산업자본의 빗장을 풀어줌으로써 은행과 산업업계 간에 M&A(인수.합병) 바람이 거세질 전망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은행인 우리금융지주와 산업지주, 기업은행과 론스타가 주주인 외환은행 등이 시장에 매몰로 나와 있으며 KB금융지주, 하나지주, 농협 등이 이를 인수하기 위해 자본금 마련에 한창이다.

산업계에서는 삼성과 SK, 롯데, 한화 동양그룹 등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들은 아직까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조차 되지 않았고 일부 재벌의 사금고화라는 여론의 비판에 눈치 보기 작전만 할 뿐 전면전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가 본격화 되고 여론의 인식이 지금보다 느슨해진다면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특히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방안을 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체제로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면 약 수조 원에서 수십 조원이 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금산분리 완화의 다른 한 축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반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이 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훨씬 다양해진다"면서 “은행법, 공정거래법 등을 하나로 묶어 삼성의 지주회사 문제를 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공정거래법 문제와 지주회사 지분이 9%로 제한돼 산업계가 관망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법 규정이 좀 더 완화되고 여론의 시각이 개선된다면 언제라도 M&A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라며 “만약 지주 인수여건이 안된다면 인터넷은행이라도 직접 설립해 금융 진출을 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산업업계가 지주사 인수를 하는 데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10월부터 시행되는 금융지주회사법은 단순히 지분을 현행보다 5% 더 구입이 가능하고 경영권 인사 한명만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전부다.

이 때문에 올해는 금융권 내 M&A 바람이 먼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금융권 내 가장 이상적인 짝짓기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KB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인수가 가장 큰 핵심이다. 투자은행(IB)에 약한 KB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성공한다면 그만큼 글로벌 뱅킹으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질수 있기 때문이다. 황영기 회장과 강정원 행장이 외환은행에 목을 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에 실패한다면 2차로 산업지주에 덤벼들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외환은행보다 몸값 차이 등으로 시너지는 작을 수 있지만 국내 최고의 IB업무를 보유하고 있다. KB지주로서는 결코 놓치기 아까운 먹잇감인 셈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짝짓기도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물론 하나지주보다 시가총액이 높아 현실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산업자본인 SK와 손을 잡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나지주와 SK그룹은 수년 전부터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최근 자회사인 SK텔레콤이 하나카드사 지분 49%로 경영에 참여하는 등 금융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고 자본금이 부족한 하나지주는 충분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양 사가 우리지주를 인수하는데 성공한다면 결코 손을 마주잡은 손을 놓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재계와 금융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밖에 농협과 기업은행의 인수도 눈여겨볼만하다. 그동안 중소기업 대출 전략에 목이 마른 농협은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에 인수매각 희망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은 물론 자본 부족 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만약 KB지주가 외환은행이나 산업은행을 인수하고 하나지주가 우리지주 매각에 성공한다면 정부는 공적자금을 더 많이 회수하기 위해 기업은행 매각은 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의 최대화두는 금융지주사와 산업계의 M&A를 꼽을 수 있다”며 “외환은행을 누가 인수하느냐가 금융권과 산업계에 최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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