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코앞… 늘어난 토지거래에 투기 우려도 ‘빨간불’

입력 2024-10-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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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토지 거래량은 전년 동기(9341필지) 대비 47% 증가한 1만3739필지를 기록했다. 월별 토지 거래량이 1만5000필지 이상 기록한 것은 2021년 8월 이후 36개월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다음 달 서울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베일을 벗는 가운데 토지거래량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해제 유력 지역에 투기 수요가 대거 몰리며 기획부동산 세력의 조직적 지분 쪼개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토지 거래량은 1만3739필지로 전년 동기(9341필지) 대비 47% 급증했다. 월별 토지 거래량이 1만5000필지 이상 기록한 것은 2021년 8월 이후 36개월 만이다.

토지 거래량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세가 시작된 2022년 하반기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2022년 7월(8391필지) 이후 올 4월(1만1194필지)까지 약 2년 동안 1만 필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때문에 지난해 서울 지가변동률은 1.11%로 전년(3.06%) 대비 2%포인트(p) 이상 내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8월 초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공급대책에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가 포함되며 반전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내년까지 수도권 신규택지에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하는 것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신규 택지 후보지 발표는 다음 달로 예정됐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최소 1만 가구 이상의 공급을 예상한다. 해제 유력 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은 서초구 우면동, 강남구 세곡·자곡동, 하남시와 맞닿은 송파구 일부 지역, 강서구 김포공항 혁신지구 등이다.

강남구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5~7월 내곡동 중심으로 토지 매수 문의가 많았다”며 “강남구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저평가된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 투자수익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기대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기 수요 쏠림을 막기 위해 국토부는 ‘8·8 공급대책’ 발표 당일 송파구 방이·오금·마천동, 경기 하남시 감일·감북·초이·감이동 일대 10.58㎢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지정했다. 서초구 내곡·방배동 등과 강남구 개포·자곡·세곡·수서동 등 79개 법정동 125.16㎢ 지역 또한 토허제로 묶였다.

▲2024년 1~8월 서울시 토지매매 거래현황 (자료제공=한국부동산원)

거래 규제에도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이 몰리는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가장 토지거래가 활발했던 지역은 송파구로 1024필지가 거래됐다. 올 1월(415필지)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이어 강남구(833필지) 강서구(820필지) 양천구(760필지) 영등포구(705필지) 등 순이다.

업계에선 그린벨트 해제를 목전에 둔 만큼 기획부동산 사기가 성행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부동산은 개발 불가능한 토지(임야)를 경제적 가치가 큰 용지로 속여 파는 거리 형태를 의미한다. 통상 인터넷 블로그, 카페 또는 다단계 방식 등으로 매수자를 모집해 수십(백) 명에게 지분으로 쪼개 판매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비교적 소액에 해당하는 1000만~5000만 원 선의 소액투자를 유도해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KB부동산 관계자는 “투기 피해 시 신고는 할 수 있지만 구제가 쉽지 않다”며 “사기 피의자인 기획부동산 업체를 사기죄로 고소하거나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 대부분 돈을 다 빼돌린 후에 신고가 이뤄지다 보니 피해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올해 1~9월 서울 토지개발제한구역 거래 건수는 195건으로 거래금액은 약 1023억8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지분거래는 전체의 73%인 143건, 거래금액은 15%에 해당하는 156억6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다음 달 그린벨트 개발 관련 청사진이 나올 때까지 지자체와 함께 기획부동산 의심 사례에 대한 기획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2020년 1월부터 올 7월까지의 전국 토지거래 중 개발 가능성이 작지만 지분거래가 이뤄진 토지와 특정 시기 여러 번 거래된 토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서울시 또한 자치구와 현장조사반을 구성해 토지이용실태 현장 조사를 시행 중이다.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취득한 토지를 이용하지 않거나 허가 당시 이용 목적과 다르게 사용 또는 무단 전용하는지 등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권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는 매번 언급됐고 후보지 또한 몇 개 안에서 움직이는 만큼 이미 지분도 어느 정도 쪼개졌고 거래도 다수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서울 인근 그린벨트가 언제든지 주택공급 용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은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투기가 성행하면 토지보상비가 비싸져 토지매입비용 등 아파트 공급을 위한 원가가 상승,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될 수 있다”며 “빠른 개발 계획 진행을 통해 거래 등을 제한하여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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