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격 간판 박진호(강릉시청)가 50m 소총 3자세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2024 파리패럴림픽' 2관왕에 올랐다.
박진호는 3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R7 남자 50m 소총 3자세 SH1(척수 및 기타장애) 종목에서 454.6점(슬사 150.0점, 복사 154.4점, 입사 150.2점)을 쏴 중국의 둥차오(451.8점)를 꺾고 우승했다. 454.6점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에서 세르비아의 라슬로 슈란지가 세운 453.7점을 넘어선 패럴림픽 신기록이다.
박진호는 이날 본선에서도 1200점 만점에 1179점을 쏴 패럴림픽 본선 신기록을 세우며 결선에 올랐다.
50m 소총 3자세는 무릎쏴(슬사), 엎드려쏴(복사), 서서쏴(입사) 순으로 사격해 우승자를 가린다. 박진호는 8명이 오른 결선 슬사에서 6위에 올랐으나, 복사에서 합계 3위로 올라섰다. 입사에서 차근차근 순위를 올리더니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슬사 392점, 복사 394점, 입사 393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초반에는 너무 힘을 빼지 않고 차분하게 순위를 유지하다가 가장 자신 있는 입사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앞서 박진호는 지난달 31일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SH1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이번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처음으로 2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4개째를 획득하며 이번 대회 목표인 5개에 근접했다. 4개 중 3개가 사격 종목에서 나왔다.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 장애인이 된 박진호는 큰누나 박경미 씨의 도움으로 장애인 사격선수로 인생 2막을 시작했고,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와 세계장애인사격선수권에서 각각 3개와 4개의 금메달을 따는 등 간판선수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유독 패럴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에서 유력한 2관왕 후보로 꼽혔으나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도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경기 후 박진호는 "처음 시상대에 올랐을 때보다 더 정신이 없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내 이름이 호명되는 걸 듣고 나니까 '정말 2관왕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박진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일에는 사격 R6 혼성 50m 소총 복사 SH1 등급에서 이번 대회 3관왕에 도전한다.
그는 "2관왕이 실감이 나지 않아서 더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첫 금메달이 나왔을 때도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들떠 있었다면 오늘 이런 결과도 없었을 것"이라며 "패럴림픽에 한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다음 경기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각오다. 박진호는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마지막 경기에 임하려 한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후회를 남기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