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철강산업' 수요자 공동구매 활성화 필요

입력 2009-06-0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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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경쟁 이슈 논의 전문가 토론회 열려

전통적 독과점 산업인 철강산업과 관련 소비자들이 대량구매를 통한 차별적인 가격할인을 통해 기존의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수단인 '공동구매'와 관련한 다양한 업계와 학계의 의견이 관련한 다양한 업계와 학계의 의견이 제시됐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각 품목별로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최소 35.2%에서 최대 87.9%에 달하는 독과점 산업인 철강 산업과 관련한 경쟁 이슈를 논의하는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철강산업이 경쟁적 시장구조를 가질 때 수요 산업들의 철강재 선택폭이 넓어지고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데 공통된 견해를 제시했다.

특히 공동구매행위는 업체가 단독으로 구매할 때 보다 우월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문제점은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위법 행위는 아니며 권장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 시장집중도 낮아지지만 여전한 독과점 구조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주한 산업연구원 박사는‘철강산업의 시장구조와 가격동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철강산업의 시장집중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나 신규진입, 수입증가 등의 요인으로 낮아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후판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1.5%, 철근의 경우 56.4%에 달하고 있으며 품목별로 상위 3개사의 시장 점유 비율이 최소 35.2%에서 최대 87.9%에 달하는 독과점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최근 원자재 가격 인하로 열연코일 등 철강제품 가격인하 요인 발생하고 있다"며 "철광석, 원료탄 가격 인하요인 고려시 열연코일에서 가격인하 지난해 9월 최고가 대비 올 5월 현재 19.3% 정도 인하요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5월 15일 포스코는 열연코일 (톤당 85만원→68만원, 20% 인하), 냉연코일 (톤당 93.5만원→78.5만원, 16% 인하)으로 가격을 낮췄고 동국제강은 20일 조선용 후판(톤당 92만원→82만원, 11% 인하), 일반용 후판(톤당 98만원→82만원, 16% 인하)의 가격을 내린바 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남재현 고려대 교수는 '철강산업의 공동구매행위 등에 대한 경쟁법적 검토'란 주제발표를 통해 "독과점적 시장구조로 인해 대형 철강업체이 대리점에 대한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수입방해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철강업체가 자사제품이 아닌 수입제품을 유통시킨 대리점에 대해 제품공급을 중단하거나 감량 공급하는 등 불이익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공동구매의 경우 가격인하 등 효율성 증진효과와 수요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쟁법 위반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특히 공동구매에 참여한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공동구매에 따른 중간재 가격인하가 최종 소비자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 철강 경쟁구조 통해 수요 산업 경쟁력 강화될 수 있어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서정헌 스틸앤스틸 대표는 "철강산업의 시장구조와 관련, 그 동안 포스코의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철강시장의 효율적인 경쟁을 제한해 왔다"며 "최근 현대제철의 고로 건설, 수입증가 등으로 경쟁이 촉진되고 있으나 다소 늦은 감이 있으며 이제는 경쟁으로 가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철강산업의 특성상 담합의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철근업체간 담합은 수요산업인 건설산업과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철스크랩(고철)-철근업체-건설업으로 연결되는 산업군에서 철근업체와 건설사간 공정한 경쟁 촉진을 위해 담합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동구매의 경우 공동구매자간 구색, 납품일자 등에서 공조하기 어려운 점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공동구매를 통해 철근 등 철강제품 가격인하 등 긍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허만형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철스크랩 가격과 연동해 가격이 책정되는 ‘주물용 선철’의 경우 포스코는 2007년 9월 대비 2008년 8월 110% 인상함으로써 포스코가 생산하는 철강제품의 가격상승률중 제일 높았다"고 지적했다.

허 전무는 "지난해 8월 이후 철스크랩 가격의 하락 추세에도 포스코는 주물용 선철가격을 2008년 8월 이후 인하하지 않다가 올 5월이 되어서야 톤당 70만원에서 58만5000원으로 인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주물용 선철 공동구매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을 중소기업형 조합원들에게 환원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원부자재의 원활한 공급과 가격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철강재중 공동구매가 바람직한 품목으로는 ‘철근’제품을 들 수 있지만 철근 공동구매의 경우 다음의 문제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철근시장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이 70% 이상 시장을 점유하는 과점적 구조로서 대형철근업체들이 공동구매 협상 거부시 공동구매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고 대형철근업체의 유통대리점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건설업체의 철근 등 공동구매사업의 경우 사업운영방식인 기업간 거래(B2B)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 시장경쟁을 활성화하려는 공정거래법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중소건설업체들의 공동구매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탁승문 포스코경영연구소 철강전략연구실장은 "국내 철강시장은 포스코 위주의 과점적 공급구조에서 수입재 확대에 따라 이미 경쟁적 공급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탁 실장은 "가격, 물량 등에 관한 시장정보의 개방성으로 인해 최근 철강재 가격변동폭이 커지고 주기는 짧아지는 추세"라며 "공급자와 수요자간 개별협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철광석의 경우 공급자가 수요자에 비해 협상력이나 시장지배력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철강제품의 가격변화는 시장집중도 등 구조적 요인보다는 원료비 변화에 의해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며 "원료비 하락이 최종재 가격하락으로 연동되지 않는 경우에 경쟁당국의 관심 집중되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동구매자는 단독구매의 경우보다 높은 협상력을 발휘해 가격과 수량결정에서 유리한 위치, 다만 공동구매로 협상력이 높아지는 경우 우월적 지위의 남용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규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계가 국내 철강재 가격이 국제 철강재 가격과 일정한 시차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추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동구매의 주체는 요소수요자와 최종소비자로 구분가능하며 최종소비자의 공동구매는 소비자잉여 극대화라는 정책목표 고려시 규제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공정위 토론회 의견 적극 수렴, 철강업계 감시 강화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개진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법 집행과정에 적극 활용하고 철강산업에서 공정한 경쟁원리가 확산될 수 있도록 철강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1990년이후 지난 4월까지 불공정하도급거래 관련 220건, 거래상 지위남용 33건 등 철강업체에 대해 총 294건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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