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연말결산] 정책·규제 원년과 함께 철컹한 사람들

입력 2023-12-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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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권도형부터 샘 뱅크먼 프리드까지
잘나가던 크립토 벤처 창업자들 수갑 찬 2023년

▲3월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체포된 권도형. (로이터연합뉴스)

가상자산 규제 원년을 맞아 올해 가상자산 시장에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테라-루나 사태의 권도형부터 코인 상장 관련 뇌물 수수 의혹 관련 사건 연루자들 등이다. FTX의 샘 뱅크먼 프리드와 바이낸스 창펑 자오 전 CEO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각기 다른 혐의를 갖고 있지만, 각국 정부가 이용자 보호와 금융안정성을 위해 칼을 빼들면서 붙잡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장 300여 일 도주 끝에 붙잡힌 권도형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2023년 3월 23일 300여 일간의 도주 끝에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을 사용하다가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체포됐다. 현재 몬테네그로에서는 권도형을 한국으로 보낼지, 미국으로 보낼지 송환 여부를 두고 범죄인 인도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서는 권도형의 미국 행을 점치고 있다. 지난 7일 월스틔트저널(WSJ)은 몬테네그로의 최고 법무 당국자가 권도형을 한국보다는 미국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했다.

업계에서는 권도형이 미국으로 가야 제대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에서는 권도형이 국내 자본시장법을 어겼는지를 두고 쟁점인 데다가, 형량 수위도 낮다. 한국은 경제사범에 대한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혐의에 대한 형량을 합쳐 처벌하므로 100년 이상 징역형이 가능하다.

반면 미국 법원은 권도형과 테라폼랩스의 증권 위반 책임을 인정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이들이 미등록 증권을 판매해 법을 위반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코인 상장 뇌물로 줄줄이 잡혀간 사람들

▲빗썸 대주주 강종현이 2월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올해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코인 상장피(fee)가 사법 당국의 수사로 수면 위로 드러난 해였다.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 재판을 받았고 수사와 재판은 현재도 이뤄지고 있다.

가장 먼저 형이 확정된 건 코인 상장을 대가로 약 20억 원의 뇌물을 받은 전 코인원 상장 임원 전 모씨다. 전 씨는 지난 9월에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전 상장팀장 김모 씨에게는 3년 6개월의 징역형이 내려졌다. 법원은 전 씨와 김 씨에게 추징금 19억 원과 8억 원을 부과했다. 상장 브로커 고 씨와 황씨에겐 각각 징역 1년6개월, 2년6개월이 선고됐다.

이들은 원심 양형이 무겁다면서 항소한 상태다. 14일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이들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양형이 무겁다고 호소했다. 김 씨의 경우 업무방해 혐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차명훈 대표 이사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와 대주주 강종현, 프로골퍼 안성현은 상장 관련 뇌물 수수 및 청탁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사 과정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강종현 씨는 이 전 대표와 안 씨에게 코인 2종을 상장해 달라 청탁하며 현금 30억 원과 4억 원 상당의 명품 시계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상준 전 대표와 프로골퍼 안성현은 지난 11월 21일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강종현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지난 7월 26일 출범한 코인 범죄 전담 조직 남부지검 합수단은 △하루인베스트·델리오 등 가상자산 고객 출금 중단 사태, 위메이드의 암호화폐 위믹스 발행량 사기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수갑을 찰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FTX 샘 뱅크먼 프리드, 징역 100년형 이상 예상

▲6월 15일(현지시간)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미국 뉴욕 법원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리며 이른바 FTX 사태를 촉발시킨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는 올해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국 법원은 증권 사기, 자금세탁, 금융사기,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7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결정을 내렸다. 그의 형량은 최소 수십 년에서 100년을 넘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그의 운명을 결정지을 선거공판은 내년 3월 28일 열린다.

같은 달, 바이낸스는 자금세탁법 위반 등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벌금을 지불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바이낸스가 하마스 등 무장 조직의 거래를 막지 않고, 북한·이란 등 제재 대상에 있는 사용자와 거래를 중개했다는 혐의다. 바이낸스 창업자 전 CEO는 책임을 지고 자리에 물러났다. 그는 내년 2월 선고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대 10~18개월의 징역형을 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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