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이상동기 범죄' 대응 논의…관련 법안 국회 통과할까

입력 2023-10-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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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상동기 범죄,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봐야"

▲4일 국회에서 이상동기 범죄 대응 긴급토론회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주최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4일 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 사건 등 최근 잇따른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앞서 당정은 지난 8월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비롯해 공중협박죄·공공장소 흉기 소지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법조계 등에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입법이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이상동기 범죄 대응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증가하는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긴급 진단 및 전문가 의견 청취를 통해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단기 및 장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개회사에서 "이상적 동기 범죄를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보고 사회 변화 속도에 맞춰서 보호와 치료 차원으로 접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정책위의장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반사회적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공포와 불안감이 우리 사회를 억누르고 있다"며 "연이은 흉악범죄로 한동안 인터넷 쇼핑몰 검색 순위 1위가 호신용품이었다는 점은 얼마나 국민적 공포가 컸는지 짐작하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사회공동체의 안전이 위협받으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양호한 치안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안전 신화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그런 실정"이라며 "설상가상으로 모방범죄 예고 글이 온라인상에 난무하기도 하는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글을 작성하는 다수가 10~20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흉악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또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범죄의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서 청년의 사회적 고립, 우울증 등 많은 정신질환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상동기 범죄 대응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제를 맡은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상동기 범죄의 유형을 △현실불만형 △만성분노형 △정신장애형 등으로 나누고, 각 유형별로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이 지난 2014년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자의 범죄 유형은 만성분노형이 45.8%로 가장 많았고, 정신장애형(37.5%), 현실불만형(16.7%) 등이 뒤를 이었다. 범행 동기로는 △환각·망상(26.5%) △재미·자기과시·이유 없음(25.0%) △분풀이·스트레스 해소(23.5%) 등의 순으로 많았다.

윤 연구위원은 재활 여지가 많은 현실불만형 범죄와 관련해 극단적 회피나 불만 성향의 대인관계 기능을 안정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재범 우려가 높은 만성분노형의 경우, 고위험 출소자를 대상으로 교정기관 등 관계기관의 관리체계 강화가 필요하며, 정신장애형은 응급입원·행정입원 등 비자발적 강제입원에 대한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아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이상동기 범죄 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과 '공중협박죄', '공공장소 흉기소지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의 범죄예방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석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교정 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형벌은 범죄예방 목적 외에 응보의 목적도 있으므로 중한 범죄자에게 이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검사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해 예고 등을 처벌하는 공중협박죄와 관련해 "현행법상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적 범죄 예고 등 공중의 안전을 위협하는 공중협박 행위에 대해선 일반적 처벌규정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공공장소 흉기소지죄와 관련해선 "총포화약법은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허가받은 도검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국민의 안전을 위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의 소지 등을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며 "경범죄 처벌법상 흉기의 은닉 휴대는 법정형이 지나치게 낮은 문제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8월 22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하고, , 흉악범에 대한 교정을 강화하기 위해 흉악범만 전담하는 교도소를 운영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이상동기 범죄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특히, 가석방 없는 무기형과 관련해선 현재 법무부에서 마련한 정부안이 입법예고를 마치고 법제처 심사 중에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다만, 해당 법안과 관련해선 법조계 등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입법이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최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의견 조회 요청에 "기존 논의는 위헌 논란이 많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그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사형제도를 존치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담은 검토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야당 의원도 해당 법안에 대해 인권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8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독일이나 유럽 인권재판소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인간 존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지적에 "지금은 가해자 인권보다 피해자와 유족의 인권을 먼저 생각할 때"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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