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불꽃 태우는 단계가 남아 있는 만큼 시장 좀더 즐겨라
지칠 줄 모르는 상승이다.
추세는 유효하되 단기조정은 감내해야 한다는 낙관론자들과, 이유없이(?) 오른 만큼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자들의 이구동성 전망을 뒤로하고 시장은 또 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급 여건도 긍정적이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고, 개별종목에 편승하는 개인들의 매수전략에도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프로그램 매도가 나와도 기관들의 매물이 쏟아져도 시장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밸류에이션 논란도 제한되고 있다. 4월 영업이익이 지난 1분기 전체 실적에 육박하고 있는 LG전자와 같이 주요기업들의 이익 개선 속도가 주가상승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KOSPI1300선 아래에서 13배까지 상승했던 12개월 Fwd PER은 지수 급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폭 하락한 상황이다. 경기바닥에서 기업실적이 주가를 후행한다는 경험적 사실은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되었던 미국 부동산 시장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전일 미증시 급등을 이끈 주택경기체감지수(HNI)와 주택건설자재업체 Lowe’s의 실적개선에서도 확인되 듯,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은 바닥에 한층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사상 최저치 수준까지 하락한 모기지금리와 올해 들어서만 14% 이상 추가 하락한 주택가격, 그리고 정부의 대규모 세제 혜택 등이 주택시장 침체의 끝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 주택시장의 본격 회복을 논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주택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주택압류가 지속되고 있고, 이러한 배경에는 급증하고 있는 미국 실업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재 매입자들의 매수여력이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고,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표들의 개선 속도도 한층 배가될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 회복은 한국에서도 동반되는 현상이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4월중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아파트 거래건수는 최근 1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전월대비 0.43%가 상승하며 2009년 들어 첫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투자심리를 알 수 있는 강남 3구의 거래건수는 3월 대비 무려 46%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급증한 잉여유동성이 실물시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건설경기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실제로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최근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건설경기가 호황이었던 지난 2007년 7월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공사물량지수 역시 전월대비 13.4p가 상승한 93.1을 기록했는데, 특히 토목물량지수는 SOC 예산 증액 및 조기집행 효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부동산시장 회복은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주시하다시피, 영국은 미국과 함께 부동산 버블이 가장 심각했던 국가로 손꼽힌다.
실제로 영국 주택가격은 최근 10년 동안 3배 가까이 급등했고, 평균주택가격이 영국인 평균 소득의 9배에 육박한 20만 파운드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투기열풍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영국은 미국과 함께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데, 최근에는 제 2의 IMF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위기가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영국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주택 판매자들의 매도 호가가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고, 5월 평균주택 매도호가도 2008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더불어 가파른 공급량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신규 매물이 200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수급상 변화도 뚜렷한 상황이다. 특히 런던 등 일부지역은 신규 매물이 작년 동기 대비 1/3수준까지 감소하며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대목은 이러한 주택가격 회복이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영국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가파르게 하락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가격상승 압력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변화에 주목한다. 부동산 가격 회복은 가구의 소비여력을 확충시켜 경기회복을 한층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나고 질병이 몰아쳐도, 돈을 절약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절약의 일정부분은 자연스럽게 소비로 연결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더 이상 하락하기 힘든 수준까지 급락한 주택가격과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인 모기지 금리는 향후 소비자들의 미래소비를 부추기는 중요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물론 최근 시장 상승을 펀더멘털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더불어 일부 종목들의 경우에는 저평가에 기인한 여유(?)폭이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주가 급등엔 분명 상한선을 두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화되고 있는 중국 모멘텀과 한층 호전된 수급 여건, 그리고 실적개선에 기반한 IT업종의 강세와 넘치는 유동성에 편승한 금융업종의 탄력적인 시세는 큰 폭의 조정 역시 도달하기 힘든 시나리오라는 것을 반증해 주고 있다.
2009년 한해, 동양종금증권이 전망하는 KOSPI목표 지수는 1690pt이다. 물론 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 지수대를 과연 언제 보게 될 것인가 인데, 우리는 KOSPI가 1500p를 상회하는 시점까지는 현재의 상승 탄력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즉, 의미있는 조정은 그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길고 매서웠던 한파 뒤에 찾아온 한국증시의 봄, 단기 유동성이 정점을 이루면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단계가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시장을 조금 더 즐길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