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증시’에 빠지는 돈…증시자금 4달 만에 40조 원대로

입력 2023-09-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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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투자자예탁금 49조 원…121일만
박스권·테마주 장세에 고금리 겹쳐 증시 자금 줄고 예금·채권 늘어나
"연말 개인 자금 이탈 추세 커질 듯"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시 예비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120일여 만에 50조 밑으로 떨어졌다. 증시가 박스권·순환매 장세로 접어들면서 투자 자금이 고금리에 유리한 예금·채권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9조3067억 원이다. 이는 이달 초 대비 3조5401억 원, 8월 초 대비로는 7조8539억 원 감소한 액수다. 이로써 투자자예탁금은 5월 22일 이후 121일 만에 40조 원대로 진입했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매도하고 찾지 않아 언제든 주식 투자에 사용될 수 있는 증시 자금이다.

개인은 고금리 장기화를 틈타 주식 대신 예금·채권 등으로 투자처를 옮겨가는 모양새다.

8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844조9671억 원으로 7월 말 대비 11조9859억 원 늘어났다. 개인의 장외채권 거래액도 지난달 3조8310억 원으로 7월 대비 1490억 원 늘었다. 이 기간 개인은 채권을 3조20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증시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배당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배당주에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8월 초부터 이달 18일까지 대표적인 배당 업종 지수인 ‘KRX 보험’, ‘KRX 은행’, ‘KRX 방송통신’ 등은 각각 13.25%, 7.84%, 7.65% 상승했다.

이러한 자금 이동은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접어드는 한편, 테마주·순환매 장세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높은 금리 수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부진하고 테마주 장세에 대한 피로감도 지속하면서 변동성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흐름이 나타났다”며 “금리가 올라오게 되면 배당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식들은 채권형 자산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말로 갈수록 증시에서 개인 자금 이탈 추세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한 주식 순매도세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05년 이후 4분기 개인은 대체로 순매도세를 보였다”며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개인이 주도력 있는 수급 주체였던 만큼 개인 순매도 효과는 여느 때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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