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슈파=아빠?’ 엘리멘탈 속 ‘한국적 요소’ 찾는 재미 [이슈크래커]

입력 2023-06-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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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영화,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구수한 한국향이 나요”

극장을 나온 이들에게서 들려오는 한결같은 감상평.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뿜어나오는 그 숨기지 못한 ‘한국향’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어?”하며 옆 사람을 쳐다보게 되는 그 느낌. 네, 우연이 아닙니다. 바로 찾아내신 겁니다. 작가가 의도한 한국향을요.

이 한국향은 ‘역주행 신화’까지 이끌고 있는데요. 영화 ‘엘리멘탈’은 한국계 미국인인 피터 손이 감독을 맡고 영화에도 한국적인 요소를 담았죠. 거기다 피터 감독은 내한까지 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습니다.

피터 감독에게서 펼쳐진 ‘엘리멘탈’ 속 한국 이야기, 어떤 모습일까요?

‘엘리멘탈’ 4원소, 다양성 담았다

▲(출처=네이버 영화,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픽사의 27번째 장편 영화인 ‘엘리멘탈’의 주인공들은 바로 ‘ 원소’인데요. 불·물·흙·공기 네 가지 원소가 모여 사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서로 섞일 수 없는 두 원소인 불 앰버와 물 웨이드가 우연찮은 일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죠.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불의 종족 앰버와 물 종족 웨이드는 규칙을 깨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처럼 4원소를 캐릭터화시켜 마치 인간들의 삶을 보는 듯한 비유로 신선함을 더한 영화인데요. 보는 이들의 시각에 따라 4원소 각각을 다른 기질, 성격, 인종 등 다양하게 풀이할 수 있죠.

실제로 피터 감독은 그 풀이 가능한 ‘과정’에 한국을 담았는데요. 피터 감독은 GV(*영화 상영 시 감독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영화에 대하여 설명하고, 관객들과 질의응답도 주고받는 무대)에서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밝혔죠. 그는 60년대 미국에 이민을 온 부모님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이 ‘엘리멘탈’에 가득 담겨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엘리멘탈 속 ‘진한’ 한국냄새

▲(출처=네이버 영화,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실제로 영화 속 앰버의 아버지 이름 ‘아슈파’는 한국어 ‘아빠’에서 따왔는데요. 혹시나 했던 예상이 맞아 들어간 거죠. 불 원소들이 사는 곳을 보면 빌딩의 모습이 한국의 ‘솥’과 비슷한 모양인데요. 이 또한 감독의 의도였습니다. 다른 종족과의 교제를 반대하는 앰버의 부모님은 “결혼은 한국 사람과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할머니의 모습에서 따왔다고도 전했죠.

이뿐만이 아닌데요. 아슈파는 임신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엘리멘트 시티로 이주를 결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슈파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큰절을 하는데요. 이 또한 할리우드에선 이국적인, 한국에서는 뭉클함이 더해지는 장면이었죠. 실제로 피터 감독의 아버지가 미국으로 가기 전 형에게 큰절을 했다고 하는데요. 피터 감독은 이 또한 영화에 녹여낸 거죠.

또 ‘고생’이란 단어를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 곳곳에 심겨놨다고 전했는데요. 아무도 없는 막막한 현실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생’을 마다치 않은 아슈파와 그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앰버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죠.

역주행 기록, 엘리멘탈 상승

▲(연합뉴스)
이런 친절한 ‘한국향’은 한국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요. 엠버의 아버지는 딸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고, 엠버는 처음에 아버지 가게를 물려받길 원했지만 성장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아버지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을 겪죠. 자식밖에 모르고 평생을 산 부모와 그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꿈을 찾아가는 자식의 이야기는 한국적인 모습 그 자체인데요.

이번 주말 ‘엘리멘탈’은 올해 최대 흥행작 ‘범죄도시3’를 제치고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공개 2주차 주말에 첫 번째 주말보다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며 역주행에 성공한 거죠.

‘엘리멘탈’은 23~25일 49만8615명이 관람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누적 관객 수는 124만 명인데요. 관람객들은 “영화 보다가 이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한국인의 인생이 그대로 담긴 영화”,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 등의 호평을 보내고 있습니다.

북미 흥행 부진, 이겨낼까?

하지만 북미 평가는 사뭇 다른데요. 19일(이하 현지시간) 영화 흥행수입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16일 미국에서 개봉된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개봉 후 3일 동안 2950만 달러(약 378억 원)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이 영화 제작에 2억 달러(약 2566억 원)가 들어간 것을 볼 때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데요. 미국 외 지역에서 벌어들인 1500만 달러(약 192억 원)를 합해도 전체 수입은 4450만 달러(약 571억 원) 정도입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픽사의 ‘엘리멘탈’ 흥행 실패를 픽사의 28년 역사상 최악의 데뷔라고 평하기도 했죠.

픽사는 최근 성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대작 중 하나였던 ‘토이 스토리’ 스핀오프 ‘버즈 라이트이어’가 개봉했지만 전 세계 수익 2억 2,640만 달러(한화 약 2895억 원)에 그치면서 아쉬운 성적을 남긴 상황인데요.

한국 관객들의 ‘역주행’ 사랑이 이 부진을 씻어낼 수 있을까요? 아슈파와 앰버도 새로 개척한 엘리멘트 시티에서 부디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바람이 전해지기를 기대하며, 그 기록에도 관심이 쏠리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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