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와르’ 이어 ‘구촐’까지...태풍이 일본으로 휘는 까닭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6-07 15:56수정 2023-08-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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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올해 세 번째 태풍 ‘구촐’이 발생했습니다. ‘구촐’은 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향신료의 일종인 ‘강황’을 의미합니다. 구촐은 앞서 2호 태풍 ‘마와르’로 피해를 입은 일본 오키나와를 향해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기상청은 태풍 초기인 만큼 아직 진로가 유동적이지만 ‘구촐’이 일본 남쪽 해상으로 북상해 우리나라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태풍 ‘마와르’에 이어 ‘구촐’ 북상 소식에 일본 열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내심 안심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과거에도 우리나라를 향해 이동하던 태풍이 일본쪽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었는데요.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마와르’ 이어 ‘구촐’ 북상…예상 경로는

7일 기상청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제5호 열대저압부가 제3호 태풍 구촐로 발달해 중심기압 996hPa(헥토파스칼), 중심최대풍속 초속 20m, 강풍반경 220㎞의 세력을 유지하며 시속 45㎞ 속도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8일 새벽엔 최대풍속 초속 27m 강도 ‘중’으로, 9일 새벽엔 최대풍속 초속 35m 강도 ‘강’으로 강해질 전망입니다. 기상청의 예상 진로를 보면 구촐은 9일까지 필리핀과 대만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10일쯤부터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일본으로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12일쯤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510㎞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북상하면서 세력도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 강도는 초강력, 매우 강, 강, 중으로 분류되며, ‘강’은 기차가 탈선할 수 있는 수준인데요. 현재까지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수증기를 유입시켜 강한비구름을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괌을 초토화시켰던 마와르도 직접적인 경로가 아니었던 일본 일부 지역에서 많은 비를 뿌려 폭우 피해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구촐 예상 경로. 출처=기상청
찬 공기가 방패 역할…태풍이 일본으로 휘는 이유

그간 발생한 태풍 경로를 보면 우리나라를 향해 이동하다 남해 부근에서 일본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태풍 발생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태풍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가 위도별로 달라 그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위도별로 받는 태양 에너지가 다른 이유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각 위치별로 태양과의 거리가 달라서입니다.

대부분의 태풍은 태양열 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는 위도 0~25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일 년 중 가장 더운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적도의 기온과 해수 온도가 높아 태풍이 자주 발생합니다.

전문가들은 태풍이 한반도를 피해 일본에 주로 상륙하는 이유를 크게 지리적 원인과 한반도 주변 기압계 영향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뒤 바다에서 에너지를 얻어 세력을 키우며 중국과 일본, 한반도를 향해 북상합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다 보니 태풍이 초기에 중국으로 향할 경우 중국 내륙에서 이미 세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로 오는 중 소멸하게 됩니다.

반면 일본은 태풍이 북상하며 방향을 꺾는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어 태풍 상륙도 많고 피해도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풍 진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변 기압계 형태입니다. 짧은 장마가 끝나고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역대 최악의 폭염을 가져온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7~8월에 발생한 태풍을 빗겨 나가게 했습니다. 이른바 ‘가마솥 더위’가 북태평양고기압뿐만 아니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를 감싸 태풍을 일본쪽으로 튕겨내는데요. 9월 들어서는 베링해와 우랄산맥 부근 상층 기압능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찬공기가 우리나라로 내려오면서 ‘에어커튼’ 역할을 해 태풍이 일본이나 중국 쪽으로 비껴 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태풍 제비로 침수피해를 입었던 일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 당시 모습. 연합뉴스
이로 인해 일본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기도 했는데요. 2018년에는 매우 강한 세력의 슈퍼 태풍이 한 달새 2차례 강타하며 열도를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25건의 태풍 중 절반이 일본쪽으로 향했고 5개는 일본 열도에 상륙했습니다. 태풍 ‘제비’와 ‘짜미’는 강력한 폭풍과 폭우를 동반했는데요. 태풍 ‘짜미’는 시속 60km 이상의 속도로 일본 열도를 종단하면서 북상해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태풍 ‘제비’의 경우 강풍에 휩쓸린 유조선이 인공섬인 간사이국제공항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에 부딪히면서 다리 일부가 파손됐는데요. 이로 인해 간사이공항이 한때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태풍 마와르, 올 여름 예고편?

앞서 전문가들은 올여름 엘니뇨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더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20일 괌을 강타했던 태풍 ‘마와르’는 5월 태풍 중 가장 강력했습니다. 처음 발생한 뒤 무려 13일 간 비바람을 쏟아내며 최장수 5월 태풍으로 기록되기도 했죠.

이러한 기록적인 태풍을 만든 건 뜨거워진 바다 때문입니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올봄 전 세계 바닷물 온도는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여기에 올여름 3년간 이어진 라니냐가 물러가고 엘니뇨가 출현할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올해는 ‘마와르’처럼 강한 태풍이 잦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바다에는 태풍의 연료가 되는 열에너지가 풍부한데 여름철부터 본격화하는 엘니뇨가 태풍 세력을 더욱 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평소보다 따뜻해지는 현상인데 서태평양의 고수온역도 동쪽으로 이동합니다. 이 때문에 엘니뇨 시기엔 태풍이 평소보다 동쪽에서 만들어지고 중위도까지 이동거리도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결국 태풍들이 열대 수증기를 더 많이, 더 오래 품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기후 변화로 한반도 주변 횐경도 바뀌면서 최근 우리나라에도 강력한 태풍이 북상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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