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이 HMR(가정간편식) 치킨 라인업을 확장해 배달 치킨업계를 정조준한다. 치킨 한 마리에 2만 원이 넘고, 배달 주문시 사이드 메뉴까지 추가해 3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해 간편식 치킨 수요가 크게 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1일 가격비교 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온라인에서 거래된 즉석 가공 및 냉동식품 판매량 조사 결과 후라이드 치킨, 버팔로윙 등이 포함된 ‘뼈포함 치킨’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또 에어프라이어 등을 통해 조리 가능한 냉동 ‘순살 치킨’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68% 늘었다. 다나와 관계자는 “최근 치킨값 인상으로 냉동치킨, 튀김 등 대체재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다”고 봤다.
HMR 치킨의 인기가 높아지며 식품업체도 사업 강화에 서두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소바바치킨(소스 바른 바삭한 치킨) 소이허니맛 3종을 출시했다. 이 회사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고메’는 2015년 12월 첫 제품으로 고메 치킨 2종을 선보인 후 순살, 너겟 등의 냉동치킨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번 소바바치킨은 ‘뼈있는 치킨’ 등 신제품을 출시한 지 5개월 만의 치킨 신상품이다. CJ제일제당은 고메 브랜드로 현재 10여종의 냉동 치킨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고메 소바바치킨’은 에어프라이어에 140도로 약 11분만 조리하면 돼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냉동 치킨이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소스코팅’ 기술을 사용해 전문점 제조 방식과 동일하게 두 번 튀긴 치킨에 소스를 얇고 균일하게 코팅하듯 입혀 갓 튀긴 듯한 바삭함이 유지돼 전문점 치킨에 버금가는 식감과 풍미를 집에서도 느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했다.
글로벌 버팔로윙 전문업체 사세는 홈치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존 B2B(기업체 간 거래) 중심의 사업에서 지난해부터 B2C(기업·소비자간 거래)에 본격 뛰어들었다. 작년 9월 ‘바삭하닭 통살홈치킨’을 내놓고 가정식 냉동 치킨 시장에 힘을 주기 시작한 이 회사는 주요 판매처 홈플러스에서 지난해 매출이 187% 성장했다.
올해에는 3월 배우 이장우를 모델로 발탁해 본격 마케팅에 나서고, 4월에는 ‘사세버팔로’ 신제품인 윙봉 갈비맛·허니맛 제품을 내놓고 품목 수를 넓혔다. 현재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품목 수는 10여 종에 달한다. 사세 관계자는 “올해는 라인업 확대를 통해 판매망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식품업계가 가정식 치킨이나 치킨 관련 상품에 힘을 주는 것은 최근 배달 치킨의 높아진 비용 부담에 HMR 치킨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다. CJ제일제당의 ‘고메 소바바치킨 소이허니 순살(375g)’은 현재 대형마트에서 7980원에 팔고 있고, 사세의 버팔로 윙 허니맛(600g)은 1만3900원에 불과하다.
반면 배달 치킨을 주문하면 돈이 더 든다. 교촌치킨은 지난달 품목별로 500~3000원 사이로 가격을 올려, 대표 메뉴 허니콤보는 2만 원에서 2만3000원으로 인상됐다. BBQ와 bhc의 경우 가격 인상이 없었지만, 2만 원대 중반에 육박하는 신제품들이 많다. BBQ ‘착착갈릭’과 bhc ‘자메이카소떡만나치킨’은 모두 2만4000원이다.
그렇다고 용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배달 치킨 중 간장·마늘맛의 평균 중량은 683g이며, 매운맛은 767g이다. 치즈맛은 794g이다. 1g으로 환산 시 배달 치킨 값이 HMR에 비해 1.5~2배 가량 비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배달비까지 든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비는 통상 3500~4000원이지만, 비가 오거나 대목인 경우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배달비는 1만 원대로 치솟기도 한다.
HMR 치킨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상온과 냉장·냉동 등을 모두 합친 국내 가공 치킨 시장 규모는 2018년 2180억 원에서 지난해 4970억 원으로 성장했다. 배달 치킨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최근 5년 새 128% 덩치를 불려 배달치킨(41.6%) 성장세를 뛰어넘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전으로 집에서 조리하는 홈치킨 품질도 배달 치킨 못지 않게 좋다. 올해는 불 경기에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