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경기침체를 부르는 은행의 부실대출

입력 2023-04-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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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미국 지역은행이 또다시 문제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만 해도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펼치자 지역은행에 예금이 넘쳐났다. 그러나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그동안 낮은 금리에 묶여 있던 예금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예금주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고, 2022년 하반기부터 은행의 예금은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이동했다.

이럴 때 은행은 고객을 유지하고 예금 유출을 막기 위해 예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그러면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실리콘밸리은행에 예금된 많은 투자금을 빼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급준비율을 넘겨 부도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 터질 이슈는 이전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미지근하면서도 오래 지속될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최근 2~3년 동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도시의 사무실 건물과 상가는 실제로 많이 비어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제를 실시하면서 사무실 공간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정책, 그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일부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고점 대비 최대 4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하며, 관련 대출과 채권을 제때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지역은행의 대출자산이 부실할 수 있다는 소식에 지역은행의 주가가 최근 급락했다. 실제로 2025년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규모가 약 1조5000억 달러(약 2000조 원)에 달하는데, 이 중 70%가 지역은행의 몫이다. 만약 지역은행의 대출이 축소된다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연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부동산 대출에 대한 이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변동금리가 50% 이상 차지하는데,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소유주는 저금리 시절에 받은 대출을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재융자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금리상승으로 인해 상업용 모기지 채권가격이 급락하여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많은 차입자가 높은 공실률과 고금리로 인해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 지역은행은 재무적으로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고금리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은행 대차대조표상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부실자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차입자가 높은 차입비용으로 인해 대출을 상환하거나 갱신할 수 없게 되면 대출자산은 고스란히 무수익여신, 즉 부실채권(NPL)이 된다. 부실채권은 결국 고금리 기간이 지속될수록 증가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지역은행은 보유한 부실채권이 증가하더라도 곧바로 파산하지는 않는다. 지역은행이 보유한 주택저당증권(MBS)도 시장가로 내놓지 않으면 회계상 ‘비실현 손실’로 잡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달 초 실리콘밸리은행이 당국의 영업정지 명령으로 사실상 파산하면서 예금주들이 위험한 지역은행에서 예금을 빼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은행으로 옮기고 있다. 점점 지역은행의 대출 여력이 떨어지고 있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본을 새로 확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잡음 없이 유상증자에 성공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으면 뱅크런과 파산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근래 들어 지역은행에 대한 위험이 시장에서 과다하게 노출된 상황에서 또다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부실해진다면, 지역은행의 부실 위험을 인지한 투자자는 보유한 은행주를 매도할 것이다. 앞으로 지역은행 업계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은행의 주식가격이 폭락하면 자금조달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이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용을 높여 결과적으로 여신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국민경제에서 정부든 대형은행이든 새로운 신용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조만간 경기는 침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미 연준이 물가안정을 위해 그렇게 오매불망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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